[6.1선택] 국힘 “겸손·쇄신” vs 민주 “반성·개혁”... 몸 낮춘 與野

與, 혁신위 출범 총선 대비 발빠른 행보… 법사위원장 요구도
野, 오늘 당무위 연석회의 열고 비상지도체제 구성·혁신방안 논의

여야는 6·1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각각 ‘겸손과 쇄신’, ‘반성과 개혁’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다. 압승한 여당은 “두려운 성적”이라며 겸손 모드와 함께 혁신위를 출범시키면서 내후년 총선에 대비하는 발빠른 행보를 시작했다. 지방선거 결과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요구 카드로도 활용했다. 반면 참패한 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전원 사퇴에 이어 초선의원들이 당의 지향점을 재설정하는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돼 3선 중진 반열에 오른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당에 연착륙을 하며 차기 당권 주자로 자연스럽게 거론된다. 이에 비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선을 통해 첫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은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이 당내 일부에서 제기되면서 오는 8월 당권 도전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등 대조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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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여러분이 여당에 몰아준 강한 지지는 너무나도 감사하고 두려운 성적”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민주당이 지난 2년 전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큰 성과를 내고 그것에 도취돼서 일방적인 독주를 하다가 2년여 만에 이렇게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처럼 정말 겸손한 자세로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라는 교훈을 바탕으로 앞으로 일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우리가 잘해서 받은 성적표가 아니라 앞으로 더 잘하라는 민심의 채찍질”이라면서 “민심 앞에 더 겸손하게 더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겸손’에 방점을 두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석권하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경북 등 불과 2곳 차지에 머물렀던 때와 처지가 뒤바뀐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최대 승부처이면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과 ‘이심’(이재명 의원 마음)의 대결로 여겨졌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김은혜 후보가 막판 대역전패를 한 것도 국민의힘에게 자세를 낮추게 만드는 ‘약’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는 이날 각각 혁신위 설치와 법사위원장 요구도 병행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당 차원에서 혁신위를 설치하기로 하고, 혁신위원장으로는 감사원장을 역임한 최재형 의원을 임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시작부터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차지해 힘자랑만 일삼아온 것은 나비효과가 돼서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결과로 나타났다”고 야당을 겨냥하며, “여야 협치를 위해서는 1년 전에 민주당이 약속한 대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돌려줘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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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들이 2일 국회에서 총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거대 야당’이면서 ‘골리앗 야당’으로 불리는 민주당 비대위의 전원 사퇴는 예상됐던 수순이었다. 비대위는 선거 기간중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주장한 ‘86 용퇴론’를 놓고 갈등을 빚어 지방선거 후보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또한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구리)은 ‘어르신 폄하 발언’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비대위가 오히려 지방선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국민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해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입장발표문을 통해 “더 큰 개혁과 혁신을 위해 회초리를 들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패배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비대위가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지고 전원 사퇴를 결정함에 따라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박홍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책임있는 혁신의 길을 만들어가겠다”며 “내일(3일) 국회의원 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비상 지도체제 구성 및 당 혁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도체제 구성과 조만간 열릴 전대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내 일각에서 이재명 의원에 대해 선거 참패 책임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책임론 공방과 친이(친 이재명)계와 비이(비 이재명)계, 86그룹 간 반목이 극심해질 경우 당이 쪼개지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민주당 복당 의사를 철회하며 “‘개딸’에 환호하는 민주당의 모습은 슈퍼챗에 춤추는 유튜버 같다”며 강도높게 비판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처럼 중간지대에 머무는 의원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어수선한 민주당의 향후 운명은 이재명 의원의 당권도전 여하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상처뿐인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재명 의원이 자신을 향한 책임론을 돌파하고 바로 당권에 도전할지 혹은 초선 의원으로 의정할동에 충실하며 차기 대권준비를 하나씩 해나갈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정의당

정의당이 6·1 지방선거에서 거대 양당제인 정치 현실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원외정당인 진보당에도 밀려 존립 위기에 놓였다.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구 중 서울·경기·인천·대구·부산·경남·광주 등 7곳에 후보를 냈지만,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구·시·군의회 의원 6명과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2명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반면 진보당은 울산 동구청장 등 총 21명을 당선시키면서 정의당의 진보 정당 ‘2인자’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에 정의당 지도부는 부진한 지방선거 성적표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의했다.

여영국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께서 냉정한 판단과 엄중한 경고를 보내신 것에 대해 정의당 대표단은 겸허하게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성찰하고, 쇄신하는 마음으로 당 대표를 비롯한 대표단 전원이 총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재민·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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