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경협 의원 측 농사일한 당원·시의원들/일당 받으려고 품을 팔았다고 볼 수 있나

1980년대 악명 높았던 독재 제도가 있었다. 사회 정화 운동이라 불린 인권 유린 행위다. 5공화국이 자행한 이 운동의 취지는 더 없이 좋았다. 사회악을 일소해 정의를 구현한다는 목표였다. 사회 전반에 부패를 청소한다는 긍정적 정책이었다. 하지만 실제 용도는 독재 권력을 위한 초법적 압세 수단이었다. 영장 없는 체포, 임기 없는 노역이 횡행했다. 그 와중에 이런 일이 있었다. 예비군 중대장의 노동력 착취다. 훈련에 소집된 예비군들을 농삿일에 동원했다. 예비군 중대장이라는 위세를 이용한 갑질이었다. 결국 중대장은 사회정화 대상이 됐고 패가망신했다. 사회 정화 운동에서 굳이 긍정적인 측면을 찾자면 그런 거였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 위세를 이용한 노동력 착취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근자에는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그런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과 관련된 얘기다. 지난 4월1일과 2일, 김 의원의 배우자 농지에서 비닐하우스 설치 작업이 있었다. 부천시 역곡동에 농지로 668㎡로 작지 않은 땅이다. 여기에 당협 소속 시의원 당원들이 일을 했다. 쇠파이프와 비닐 등 자재를 옮겼다. 여성 시의원들은 평탄작업, 남성 시의원은 구덩이를 팠다. 비닐 하우스 설치는 농민들에게도 손이 많이 가는 고된 일이다. 당협위원장이란 위치에 의한 갑질이었다는 뒤늦은 제보다. 제보자도 당시 작업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증언과 정황이 구체적이다. “매주 토요일은 시·도의원 간담회를 여는데 당일 사무실에 나갔는데 아무도 없어 문자를 보고 현장에 나가 비닐하우스 설치 작업을 도왔다”(작업 참여했던 시의원). 동원을 의심케 하는 증거도 제시했다. 김 의원의 A비서관이 일부 당원에게 보냈다는 문자 내용이다. “역곡동 000번지 오전 9시까지 오세요”라고 돼 있다. 지난 4월이면 지방 선거 공천이 다뤄지던 시기다. 공천이 절박한 시의원, 당원들에겐 상대적으로 가장 궁박한 시기다. 당협위원장은 사실상 공천 전권을 행사한다. 문자까지 받은 시의원, 당원들이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원치 않는 노동력 제공’이라 보는 게 합리적 판단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김경협 의원 측이 해명해야 한다. 김 의원 해명은 아직 없고, 더불어민주당 부천시갑 지역위원회 관계자 설명만 있다. “그날 각자 자발적으로 비닐하우스를 짓는데 도우려고 현장에 간 것이지 누가 동원한 건 아니다”, “당일 작업을 도운 일부 당원들에게는 비용처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도의원들은 온종일 가서 일한 게 아니라 잠깐 짬을 내 도왔다. 지역위원회 사무실 직원들도 짬이 날 때 가서 도운 것 뿐이다.” 말대로면 다행인데, 뭔가 석연치 않다. 비닐하우스 작업 사실을 당원들이 어떻게 알았나. 시의원이 일당 벌려고 밭일을 했다는 건가. 짬 나면 선거 운동을 해야지 왜 남의 집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있나.

우리가 갖는 의혹은 하나도 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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