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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룟값 폭등에 무관세 돼지고기까지”…양돈농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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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룟값 폭등에 무관세 돼지고기까지”…양돈농가 ‘첩첩산중’

삼겹살. 연합뉴스

사룟값 인상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로 경기 지역 양돈농가들이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돼지고기 무관세’ 정책까지 더해져 이들 농가들은 ‘첩첩산중’에 빠져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도내 양돈농가 등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돼지고기 관세율을 연말까지 0%로 낮추기로 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추진됐으며, 현재 22.5~25%인 관세율이 0%까지 하락할 경우, 돼지고기 판매가격을 최대 20%까지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또 관세 때문에 수입 비중이 낮았던 나라에서도 더 많은 물량을 들여올 수 있단 복안도 깔려있다.

하지만 이미 사룟값 폭등으로 생산비가 올라 어려움을 겪는 도내 양돈농가들은 해당 정책이 농가들을 ‘죽이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작년 말 1㎏당 약 440원이던 사룟값은 이달 기준 약 720원까지 약 60%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사료의 주 원료인 옥수수 수입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관세 돼지고기마저 시장에 풀린다면, 이미 높은 생산비용을 감당해오던 양돈농가들이 파산 기로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연천에서 양돈업을 하는 오명준씨(42)도 생산비 폭등으로 돼지들을 굶길까 걱정이다. 오씨는 “돼지고기 판매가는 약 30% 올랐는데, 생산비는 더 빨리 올라 60% 이상 증가했다”며 “이미 7~8월 사룟값 추가 인상까지 확정된 상황에서, ‘금겹살’이 됐다고 무작정 무관세 돼지고기까지 들인다면 앞으로 농가들은 버틸 수가 없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양주에서 돼지를 키우는 박윤상씨(58·가명)도 상황은 마찬가지. 돼지 4천500마리를 기르는 박씨는 한 달 평균 사용하는 사료량만 250t에 달한다. 가격으로 따지면 약 1억5천만원인데, 최근엔 사룟값만 2억원 가까이 지불하고 있다. 박씨는 “이미 농가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인 마당에 무관세 돼지고기가 수입되면 양돈업을 접겠다는 사람들도 공공연하게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대한한돈협회에선 최대 30% 농가 도산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정부도 할당관세 인하와 함께 추경을 통해 1조5천억원 규모의 특별사료구매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사료업계의 세액공제 한도 증대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조영욱 대한한돈협회 부회장은 “무관세 돼지고기 수입은 이미 사룟값 인상으로 휘청거리는 양돈농가들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며 “통상 가격이 떨어지는 하반기 돈가 하락기와 겹쳐 돼지고깃값이 폭락해 양돈농가들이 줄도산하기 전에 사료비용 지원 등 생산비 보조가 더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련 업계와 충분히 협의해 이번 관세 인하를 통해 돼지고기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추경으로 확보한 특별사료구매자금 등 지원 대책이 현장에서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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