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道·문화재청·강원도와 실태조사...대성동 자유마을 등 시설물 우선 지정 노력 물질적가치 의미 ‘문화재’ 한국·일본만 사용, 의미상 한계 극복… 자체 TF 꾸려 개편 예정 역사·지역적 특색·주요 관광시설 논의 필요...道 자기중심성 강화위해 함께 머리 맞댈 것
“경기도 문화유산 정체성 확립·가치 되새기겠다”
경기도 문화유산의 흔적을 찾아 오늘이 더욱 가치있도록 뿌리를 가다듬고, 지역 역사와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곳이 있다. 지난 1999년 기전매장문화재연구원에서 출발한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이다. 지난 1월 원장으로 부임한 이지훈 경기문화재연구원장(55)은 “경기도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산이 경기도 정체성 확립을 위한 물적 토대가 될 것”이라며 “경기도 역사성 강화와 문화유산 연구, 활용에 더욱 많은 힘을 싣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지역 곳곳을 돌아다닌 탓에 벌써 얼굴은 벌써 살짝 그을렸고 목소리에선 많은 구상 끝에 나온 자신감이 배어나왔다.
Q 지난 1월 원장에 부임한 뒤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A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벌써 시간이 반년이나 흘렀다. 경기문화재연구원 주변에 10년 넘게 있었으나 주변에서 바라보는 것과 내부에서 핵심사업을 이끄는 것은 다르더라. 연구원은 고유목적사업인 발굴조사 사업, 문화재 보존처리, 도 문화유산과 대행사업, 국비사업, 용역사업 등 공공기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형식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또 문화재돌봄센터장까지 겸임하다보니 직원이 100여명에 이르러 직원들과 스킨십을 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도내 곳곳에서 수행되는 연구원 사업 현장을 찾기 위해 일주일에 최소 2번은 출장을 갔던 것 같다. 반년 정도 되니 이제야 조금 숨을 돌리는 것 같다.
Q 경기학 연구에 힘써왔다. 문화재 연구 분야가 전문 분야는 아닌 걸로 아는데, 원장직을 맡는 데 어깨가 무거웠을 듯 하다.
A 인사이동 시점에 ‘내가 맡을 수 있는 자리인가’ 고민도 했다. 2010년 경기학센터에서 업무를 시작한 이후로 11년가량 경기학 사업을 담당해왔다. 경기문화재연구원 소속으로 오랫동안 있었으나 전문 분야는 아니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문화재연구원은 최근 문화재 조사연구를 포함해 문화유산 활동 등 다양한 활용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변화가 계속됐다. 문화유산 분야가 지역중심성 강화에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지역학을 공부해오며 축적된 개인적 경험과 지식이 도움 될 거라 생각하니 부담감을 조금 덜 수 있었다. 특히 문화유산 분야에 의욕을 가지고 들어온 직원들의 꿈과 열정을 위해서라도 이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해 볼 각오다.
Q 말씀처럼 문화재 조사연구를 포함해 문화유산 활용 등 다양한 사업을 연구원이 도맡고 있다. 올해 주력하는 사업이 궁금하다.
A 올해 총 24개 사업을 수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연구원의 사업은 다른 기관에서 대체할 수 없다. 경기도 문화유산과 관련된 핵심 사업 모두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연구원의 정체성을 확실히 가진 발굴조사사업으론 정조 문화유산의 핵심 유산 중 하나인 ‘화성 만년제 발굴’과 문화재 활용 및 콘텐츠 개발 사업, 경기도 종택 소장품을 보존처리하는 ‘문화유적 학술조사 및 보전사업’, 문화재 활용 및 콘텐츠 개발 사업, DMZ세계유산 등재기반 조성, 북한산성 세계유산화, 경기옛길운영 등 대행위탁 사업이 있다. 또 ‘경기도 태실(태봉) 조사 및 관리사업’은 지난 2000~2001년 조사를 통해 도내 태실(태봉) 65개소를 확인했다. 올해는 양평 옥천리 제안대군 태실 등 2곳의 정밀 발굴조사와 포천 성동리 익종 태실 등 4곳의 지표조사를 시행한다. 경기도는 경상북도 등 조선 왕실의 태실이 존재하는 다른 지자체와 협력하는데, 연구원은 학술적 영역을 담당할 예정이다. 도와 지역 시·군과 함께 진행하는 경기옛길 사업도 올해 9~10월 마지막 코스인 강화길이 개통될 예정이어서 도보탐방 활성화가 더욱 기대된다.
Q 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해 도민들이 조금 더 쉽고 편하게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경기옛길’도 이 중 하나인 듯 하다.
A 2012년 시작한 도보탐방로 사업으로 삼남길 수원-화성-오산 구간 개통이 시작이었다. 올해 9~10월 마지막 코스인 강화길이 개통되면 김포에서 인천 강화까지 연결된다. 장거리 탐방이 되도록 강화도와 연계해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인천시 강화군과도 협의 중이다. 역사문화 탐방로가 전국적으로 많지 않은데, 코로나 때 완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전 개최, 꽃길 선정 등 다양한 홍보도 진행했는데, 조금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고민 중이다.
Q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도 연구원에서 발굴, 학술 등에 힘 쏟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A 그렇다. 민족분단의 상징 DMZ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한다는 목표 아래 2020년부터 경기도와 문화재청, 강원도 등이 공동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연구원에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후속 조치로 대성동 자유의 마을 등 DMZ내 세계유산 가치가 있는 시설물을 우선 국내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자 애를 쓰고 있다. 또 18세기 초 유사시 백성을 피난 시킬 목적으로 조성한 유일무이한 산성, 북한산성이 있다. 북한산성의 가치를 한양도성, 탕춘대성과 연계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Q ‘문화재(文化財)’라는 명칭이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60년 만에 ‘국가유산(國家遺産)’으로 바뀌게 됐다. 명칭 개정의 의미와 이로 인한 변화가 궁금하다.
A 국내에서는 문화재와 문화유산이 비슷한 의미로 혼용되고 있으나 국제적으로 후대에 물려주는 상속의 가치로 ‘문화유산’이 통용되고 있다. 물질적 가치를 의미하는 ‘문화재’는 우리나라와 일본만 사용한다. 천연기념물이나 명승, 사람을 ‘문화재’로 지칭하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나. 문화재가 가지는 의미 상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책 범위 확장을 위해 ‘유산’으로 변경 중이다. 연구원에서도 지난 2020년 자체 TF를 꾸려 중장기운영계획을 마련하면서 연구원 명칭을 변경하는 안을 마련한 바 있다. 경기문화재단 조직개편과 맞물려 연구원의 개편과 명칭 변경이 있을 예정이다.
Q 경기문화재연구원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서 내외부의 고민이 많았다. 연구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상해 본다면.
A 큰 틀에서 경기도 정체성을 먼저 이야기 해보려 한다. 경기도는 서울 주변이라는 지정학적 특성에서 파생된 여러 현안과 갈등이 존재한다. 광역의 자치분권이 반드시 필요한 지역이다. 자치분권의 기본토대로는 지역의 ‘자기중심성’과 ‘주민의 공동체 의식’이 필요한데, ‘도’로서의 구심력은 여전히 부족하고 시·군의 원심력이 강해 정신적 기반이 될 요소를 찾기 어렵다. 경기도의 ‘문화유산’은 이런 정신적 기반을 충족시킬 수 있는 물질적 요소다. 경기도 저변에 깔린 문화유산의 정체성 강화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이 확신을 가지고 연구원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할 것이다.
Q 문화유산이 경기도 자기중심성 강화와 자치분권 확립의 물적 토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에 동의한다. 다만, 이를 위한 전체적인 조직 정비 등 준비도 많이 필요해 보이는데.
A 우선 경기도 역사와 문화유산, 조선시대 이후 지역적 특색과 왕릉, 주요 관광시설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경기도의 문화유산 관련 정책과 사업과 관련해 조직과 예산 규모를 가까이 서울과 비교하면, 돌봄센터 대상 문화재 기준으로 보면 서울은 88개소, 경기도는 992개소다. 경기도가 서울보다 문화재 수가 훨씬 많지만 조직과 예산은 반대 상황이다. 직원들은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으로 불철주야 최선을 다한다. 다만 기능과 역량을 가진 신규 직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할 수 없어 인적순환 구조체계를 갖추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기문화재연구원의 직원과 문화재돌봄센터 직원 62명을 포함하면 직원은 총 100명이 조금 넘는데 정규직 직원은 지난 5월 기준 15명에 불과하다. 문화유산 전반에 대해 자율성과 전문성을 가진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예산 편성 역시 수반돼야 한다. 경기도의 자기중심성 강화를 위해, 이런 부문의 숙제를 도와 재단, 여러 기관과 머리를 맞대 해결해 나가도록 힘을 쏟고 싶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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