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집 앞에 제2경인고속道… ‘소음·매연’ 고통”

도로사이 두고 밤낮으로 화물차 쌩쌩… 방음벽 있어도 무용지물
주민들 “창문도 못 열어, 생활 불편”… 문학동 등 환경피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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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문학동의 제2경인고속도로 아래로 화물차가 주차해 있는 등 일대가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김보람기자

“고속도로가 집 바로 옆에 붙어있다보니 소음하고 매연 탓에 여름에도 창문을 못 엽니다.”

13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의 한 다세대주택 단지. 차가 1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길 앞에 제2경인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주택가의 하늘에는 거대한 콘크리트의 고속도로가 ‘붕’ 떠 있어 앞 동네의 풍경은 보이지 않은 채 위압감만 줄 뿐이다.

10년째 이곳에 사는 김영숙씨(62)는 제2경인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한다. 방음벽이 있는데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소음이 머리를 울린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에 창문틀은 새까맣다. 김씨는 거실과 방 2곳에 모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두고 산다. 그는 “밤에는 화물트럭 지나다니는 소리에 잠도 못 잔다”며 “고속도로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라 소음과 먼지 때문에 일반적인 생활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제2경인을 받치고 있는 교량 인근은 쓰레기 등 환경 문제는 물론 대형 화물차들의 불법 주정차 탓에 아예 차고지로 전락했다. 인근에 사는 박재휘씨(32)는 “고속도로 밑은 가로등이 있어도 어두컴컴해 완전 우범지대다”며 “범죄 발생이 잦아 경찰차가 순찰을 도는데도 무서워서 다들 밤에는 다른 길로 다닌다”고 했다.

제2경인 주변 주거지역의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1994년 제2경인 개통 이후 문학동 주민들은 수십년째 소음·매연 등의 환경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 지구로 확대할 전망이다. 사업시행자인 ㈜디씨알이(DCRE)가 추진하는 제2경인 기점을 관통하는 이 지구에는 모두 1만3천149가구가 들어선다. 이미 공동주택 1-1블록, 업무복합단지 1·2블록 등 총 3천774가구의 분양이 끝났다.

DCRE는 제2경인과 불과 50m 떨어진 1블록 공동주택단지 인근에 방음터널을 설치해 소음·매연 등을 차단할 계획이지만, 고작 제2경인의 일부인 520m 구간에만 적용할 뿐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제2경인은 1일 5만7천712대, 1년 2천106만54대의 화물차가 통행하면서 소음·분진 등을 쏟아내고 있다.

정유섭 민선 8기 인천시장직인수위원장은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시민, 전문가, 사업시행자 등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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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경인고속도로가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의 한 공동주택 단지를 관통하고 있다. 김보람기자

제2경인고속道 지하화 난항… 용현·학익 개발 ‘먹구름’

인천시가 제2경인고속도로 인근의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려 지하화를 추진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의 지연 우려도 나온다. 13일 시에 따르면 용현·학익 1-3블록 자동차정비단지 인근의 학교, 문화시설, 주거 용지와 제2경인 북측에 있는 창조혁신용지의 위치를 맞바꾸면서 제2경인로의 능해나들목(IC)~학익분기점(JC) 1.2㎞ 구간을 지하화하는 내용의 기본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자동차정비단지 인근에 학교·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만큼 학생들의 통학 환경을 안전하게 하고, 창조혁신용지를 한 곳으로 모아 용도 지역의 성격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 주거환경 개선 대전제가 우선

시는 제2경인의 남측에 있던 주거용지의 위치를 북측의 창조혁신 용지와 바꾸면 제2경인 능해IC~학익JC 전체의 소음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시는 사업시행자인 ㈜디씨알이(DCRE)가 계획한 방음터널이 능해IC~학익JC의 일부인 520m 구간에만 설치하기로 해, 공동주택 3·5·6·7단지 등에는 자칫 소음이 더 크게 울려퍼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의 기본계획 변경 및 제2경인 지하화 추진은 사업 기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보니 제자리 걸음이다. 용현·학익 1블록 사업은 당초 2026년 준공 예정이지만, 기본계획 변경 및 제2경인 지하화로 각종 행정절차 등 때문에 지연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시와 DCRE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부지 내 DCRE가 시에 기부하는 부지에 들어설 미술관·박물관·예술공원 등 인천뮤지엄파크 사업도 덩달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단지 등이 늦게 준공하면 비용대비 편익(B/C) 값에 영향을 미쳐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병조 인천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우선”이라며 “제2경인 지하화와 사업시행자 및 수분양자를 고려한 빠른 행정절차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 인천시·DCRE ‘갈등의 골’

시가 DCRE와 제2경인 지하화 등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시는 최근 DCRE가 도시개발법 위반을 했다며 고발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다.

시는 DCRE가 지난 2018년 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공동주택을 14~18층 높이 기준으로 소음대책을 세워놓고, 실제 41층 규모로 착공한 것은 도시개발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시는 4월 DCRE가 조성토지의 공급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반면 DCRE는 이날 시의 행정처분에 앞선 청문 절차에서 시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아파트 층수를 높이면서 방음벽이던 소음대책을 방음터널로 바꾸는 등 ‘4차 환경보전방안’을 시에 제출하고 한강유역환경청과 협의했다는 것이다. 즉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의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또 DCRE는 부지를 직접 사용해 공동주택을 분양하기 때문에 ‘조성토지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냈다.

DCRE 관계자는 “소음대책과 관련해선 용역을 하는 중이며, 결과에 따라 한국도로공사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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