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민들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있다. 건축, 환경, 도시 등 분야도 다양하다. 기본 목표는 행정에 전문성을 가미하는 것이다. 행정에 민간이 참여하는 거버넌스의 한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위원회가 본래 목적과 다른 의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행정의 직접적 책임을 회피하게 하는 우회 수단이다. 위원회 결정이라는 형식의 뒤로 행정이 숨는 경우다. 지역마다 아주 많은 경우에 이런 의혹들이 제기된다. 우리가 이번에 지적하는 예도 그렇다.
부천시 옥길동 765-1번지 건물이 있다. 당초 도로로부터 이 건물 대지로 차량 출입구를 설치할 수 없었다. 이 규제를 부천시가 올 1월 갑자기 풀어줬다. 차량 출입 불허 구간을 해제해 준 것이다. 도로로부터 인도를 지나 차량 출입이 가능해졌다. 인도가 뭉개지고 차량 출입구 2곳이 뚫렸다. 볼라드가 설치되는 바람에 시민들은 통행에 불편까지 겪고 있다. 건물 1층에는 수입차 정비센터가 운영 중이다. 차량 출입 불허 구간일 때는 어려웠던 영업 행위다.
차량출입 불허구간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도로에 접한 구간 중 차량 진·출입을 위한 출입구를 설치할 수 없는 공간이다. 차량 출입 불허 구간이 해제되면 해당 건물의 임대 조건 등은 급격히 좋아진다. 건물의 경제적 가치를 크게 높이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그만큼 쉽게 변경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런 변경 조치가 갑자기, 개별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차량 정비센터가 입점해 운영되기 시작했다. 주민은 의혹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부천시가 해명했다. “해당 대지는 처음 지구단위계획 상 차량출입 불허구간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민원인이 시민 제안에 의한 도시계획변경 요청이 들어왔고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여러 상황을 고려해 차량출입 불허구간을 해제해줘 절차상 문제는 없다.” 결국 이 경우도 도시건축공동위원회라는 기구의 결정을 통해 규제가 해제된 사례로 설명된다. 위원회가 처리했으니 시의 뜻은 아니라는 의도로도 들린다. 정말 그런가. 이 해명으로 충분한가.
부천시가 정하고 있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운영 기준이 있을 것이다. 각종 위원회의 회부, 심의, 결론은 엄격히 정해져 있다. ‘시민 제안’은 누가 했으며, 본건과 이해 관계가 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심의 과정 또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결론도 원안 수용, 조건부 수용, 부결 등 다양하다. 이 경우는 원안 수용이었다는 것인가. 여러모로 ‘위원회를 거쳤으니 문제 없다’고 넘어가기엔 의문점이 수두룩하다.
본보 보도에 달린 시민의 반응 하나를 소개한다. 아이디 ‘에로스’를 쓰는 시민의 주장이다. “시 관계자라는 사람의 해명이 더 가관이네요. (해명 속) 민원인이 임차인 또는 임대인이라는 것은 알겠고, 시민제안은 뭡니까. 시민들이 제안해서 거기 인도 없애 달라고 했다는 겁니까.” 이보다 더 정확히 표현된 시민 입장을 없을 것이다. 댓글에 덧붙일 설명이 우리에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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