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칼럼] 파티는 끝났다(The party was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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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영 한세대학교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됐다. 현지시간으로 10일 발표된 미국의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상승했으며 초 인플레이션 시대였던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물가가 올라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시장의 예측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5월 기준 우리나라의 CPI도 글로벌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9월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며, 5%대로 올라온 것도 13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물가인상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요즘의 경제기사는 어디를 둘러보아도 물가 얘기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의 가용정책을 총동원 한다고 했으며, 16일에는 경제부총리 주재로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한데 모여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회의에서는 ‘물가안정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 말하며 현재의 상황이 엄중하다고 하고는 있으나 감세정책 이외에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정부와 여당은 말로는 ‘민생안정’, ‘물가안정’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과거’만 붙잡고 늘어지는 모습이다. 법인세, 부동산 보유세 인하,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의 회기만 보이며 위기에 대한 새로운 비전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16일, 한국국제경제학회 학술대회에서 원로경제학자들은 “물가를 안정시키려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관세를 0%로 하고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는 현재의 물가 안정책이 그렇지 않아도 높은 원달러 환율을 더 높게 만들 가능성이 있고, 재정 수입을 줄어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하며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내린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물론 최근의 물가상승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공급망 위기가 주요 원인이기에 지금 정부의 탓은 아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위기인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감세를 통한 인플레이션 대응과 같은 지엽적인 방식으로는 단기적 관점에서만 효과가 있지 물가상승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관점인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연방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소위 ‘자이언트 스텝’ 금리인상을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단행했다. 3월부터 시작된 금리인상이 5월 인상, 금번 6월 인상을 거치며 미 기준금리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유지한 기존 제로(0)금리에서 1.50~1.75%로 높아졌다. 이로써 우리가 우려하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현상이 다음 달 13일 금통위에서 우리나라 금리를 0.25%p 올리고 같은 달 27일 FOMC에서 ‘빅스텝’을 밟는 다음달이면 현실화 되어진다. 금리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지금도 떨어져 있는 원화가치가 더 떨어지면서 현재에도 심각한 물가 인상이 더욱더 심화 될 수도 있다.

“물가를 못 잡는 정권은 버림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3월 31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7명과 점심을 하면서 한 말이다. 새로운 정권의 2022년! 대통령 당선의 파티는 끝났고(The party was over) 이제는 고통을 해결해야 할 시간이다. 글로벌 위기상황에서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윤석열 정부의 경쟁상대는 이미 지나가버린 문재인 정권이 아니다. 위기를 명확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거시적으로 마련하여 말이 아닌 새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진정으로 보여줘야 하는 시간이다.

윤준영 한세대학교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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