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 ‘둥지 습격’ 속출… 인천 남동유수지 불안지대

멸종위기 ‘인천 깃대종’ 수난...너구리들 잦은 ‘인공섬’ 침입
낮은 수심이 원인… 준설 시급
남동구, 사업비 784억원 ‘막막’, 인천시도 근거 없어 지원 난색

인천시가 인천 깃대종이자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보호를 위해 최대 서식지인 남동유수지의 준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시에 따르면 남동구 남동유수지의 인공섬에서 저어새 둥지 약 20여개가 망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인근의 너구리가 유수지에 침임해 둥지를 망가뜨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곳 남동유수지는 320만1천991㎥의 저수용량 중 46만2천621㎥가 퇴적토여서 충분한 수심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너구리 등이 저어새 인공섬까지 접근하기 쉽다. 이에 지역 안팎에선 시가 남동유수지 준설 사업을 통해 수심을 확보해 인공섬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시는 남동유수지 준설 사업 주체인 남동구가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관계기관 협의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남동구는 준설에 필요한 784억원의 사업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하지만 재정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해 국비 지원이 필수적이나 행정안전부에서 유수지 정비를 위한 준설과 유지관리 책임이 지자체에 있다는 입장을 내면서 국비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남동구 관계자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지자체에서 충당하긴 쉽지 않다”며 “시가 나서 사업비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시도 이 같은 행안부의 입장을 근거로 지자체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시는 우선 저어새 보호를 위해 인공섬 울타리 밑에 난 구멍 등을 메우고, 포획틀 1개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남동구에서도 너구리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유수지 수위 유지를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 다만 이런 조치는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러는 사이 남동유수지의 평상시 수위는 계속 높아지면서 호우 등에 의해 저어새 새끼들이 떠내려가는 등 생존여건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유수지 기능을 정상화하려면 평상시 수위가 1.39m 이하로 낮춰야 하지만 현재 4.59m에 달한다.

시 관계자는 “현재 남동구의 준설 사업을 지원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남동구와 인근 지자체인 연수구, 미추홀구 등의 사업비 분담 협의가 이뤄지는지 등 추진상황을 주시하겠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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