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학부모회·동문 등과 사전 논의 없이 철거·신축 “공청회 없이 확정 말도 안돼”... 학교 측 “심의 사안 아니다”
이천제일고등학교가 학부모 등과 논의를 거치지 않고 학교 안에 교원사택 건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이천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이천교육지원청은 이천제일고 부지 내 학교 축구부 합숙소로 활용됐던 승리관을 포함해 이 일대 3개동을 올해 말까지 철거할 예정이다. 신규 교사들을 위한 관사 부족, 해당 건물들이 지어진 지 평균 30년 이상인 점 등이 고려돼 이 건물들이 철거된 자리에 오는 2024년까지 교원사택(43호실·연면적 약 2천㎡)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 사업비 규모는 약 72억원이며, 올해 완료될 철거 및 설계엔 약 7억2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런 가운데 이천제일고는 학교운영위원회·학부모회·동문회 등과 사전 논의 과정 없이 철거 및 신축을 추진해 ‘패싱’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천제일고는 이천교육지원청과 지난해 7월 말~8월 초 학교 부지 내 교원사택 건립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이천교육지원청은 경기도교육청에 예산을 신청했고, 작년 11월께 예산이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이천교육지원청과 논의가 오간 후부터 4개월 가까이 운영위원회나 학부모들에게 해당 사안을 알리지 않았고, 이후 예산이 최종 확정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애초에 학교 부지 내 교원사택 건립 추진이 갑작스러운 데다 학교 내에 건설되는 것인 만큼 학부모나 동문들과 사전 논의가 있었어야 했다는 입장이다. 학부모 A씨는 “학생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시설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공청회 한 번 없이 교원사택 건립을 확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시설사업촉진법상 학교 부지 내 교원사택을 지으면 안된다는 규정이 없어 건립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른 학교들과의 논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사항은 일반적으로 학교 측이 학교운영위원회 등과 협의를 하기 때문에 이번 경우에도 이천제일고 측이 해당 사안을 운영위와 논의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천제일고 측은 절차 상의 문제에 대해 항의는 이해한다면서도 교원사택 건립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안건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 아니며 건립 반대 의견이 운영위의 전체 입장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천제일고 교장은 “전임 교장 선생님도 학교 앞에 신축 예정인 청소년복지센터 부지 소유권 이전 당시 운영위 의견을 청취했는지 알아봤지만 그 당시에도 사전 논의 과정은 없었다고 들었다”며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를 해봤을 때 그때 만약 동문회나 운영위 측에서 반대했다면 당연히 이번엔 의견을 들어보려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정오·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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