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노동자 39.1% 휴게실 ‘없다’…“있어도 사용 할 수 없는 휴게실 만연”

21일 오전 11시 인천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가 ‘인천지역 노동자 휴게시설 실태조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휴…. 화장실이 아니면 쉴곳도 없어요.”

인천지역 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A씨(31)는 쉬기 위해 휴게실 대신 폐쇄회로 (CC)TV 사각지대를 찾는 것이 일상이다. A씨가 일하는 물류센터에는 100명의 노동자가 동시에 일을 하지만, 휴게실은 7~8명이 쉴 수 있는 면적이 전부다. A씨가 1일 4만보를 걸으며 물건을 들어 올리고, 카트를 미는 등 온몸을 움직이지만 정작 쉴 곳이 없다. A씨는 “작업장에서 쉬고 있다 관리자에게 걸려 혼이 나거나 눈 밖에 나는 것이 걱정”이라며 “1일 9시간을 일하는데 쉬려면 화장실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인천지역 노동자 10명 중 4명은 휴게실이 따로 갖춰지지 않은 사업장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인천지역본부는 21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노동자 휴게시설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23일~4월20일 부평주안산업단지와 남동산단, 인천기계산단의 노동자 307명을 대상으로 휴게실 유무와 휴게실 복지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119명(39.1%)이 휴게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휴게실이 없다고 응답한 119명 중 73명(62.5%)은 업무공간과 야외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답했다. 또 78명(65.6%)은 고용노동부가 휴게실 의무 설치 대상 사업장에서 제외한 20인 미만 사업장 소속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응답자들의 62.8%인 193명이 휴게실이 없는 이유에 대해 ‘좁은 공간’과 ‘무관심’을 이유로 꼽았다.

특히 인천지역의 경우 휴게실이 있는 사업장 소속 응답자들도 접근성·독립성·규모 등 휴게실의 질에 대해서는 전국 평균 점수인 61.98점보다 낮은 56.58점을 주는 등 휴게실의 수나 공간 등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휴게실이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의 43.3%는 휴게실이 있더라도 낡거나 좁아 “휴게실을 사용할 수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인화 민주노총 인천본부장은 “인천의 120만 노동자 중 20만~30만명만 휴게실을 이용하고 나머지 노동자들은 휴게실이 없거나 있어도 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휴게실 설치 독려와 ‘쉴수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노동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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