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기 파주와 연천 경계지점의 산속에서 열린 국내 첫 거석(巨石)예술제 ‘2022 아마니 페스타’를 가보았다. 인천 J고교 동창생인 조각가와 성공한 기업가인 친구 2명이 의기투합해 9년간 희귀 거석 100여개를 수집해 조각공원을 조성하려는 ‘핵석(核石·core stone)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현장에서 ‘콜라보레이션 공연’이 마련됐다. 이 프로젝트에 감명받은 예술인 7명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예술행사였다. 무대에 오른 하피스트, 바스니스트, 피아니스트, 현대 무용가, 대북 연주가, 화가들은 출연료 없이 재능 봉사로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예술향연을 선사했다. ‘세월의 무게’를 오롯이 담고 있는 거석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묵묵히 공연을 지켜보았다.
거석들을 마주하면 먼저 거대한 덩치에 압도된다. 세계 8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영국의 스톤헨지에 남아 있는 돌기둥 17개보다 훨씬 크고, 숫자도 6배 이상 많다.
김 작가가 공사현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거석들은 다행히 폐기처분 신세를 면해 조각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세계 명품핸드백 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는 친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상상하기 힘든 일을 벌이고 있다. 거석을 운송하는데만 40여 대의 트레일러와 20여 대의 대형 트럭이 동원됐다.
친구 후원자가 그간 거석 운송과 조각장 운영에 들어간 수십억 원의 비용을 묵묵히 지원했다. 공공에서 조각공원 용지를 제공해주면 100개 거석은 물론 박물관, 조각실과 같은 문화시설도 자부담으로 지어 기부하기로 했다. 두 친구는 국내 첫 거석 조각공원 조성이라는 꿈을 실현하려고 ‘운명의 짝’으로서 손발을 맞추고 있다.
6년 전 이 소식을 접한 인천문화재단 전임 대표가 거석 조각공원을 인천에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인천시 문화담당 실무책임자가 거석 현장을 가보고 인천 용유도 노을빛공원을 조각공원 후보지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인천의 낮은 인재 수용성이 떠올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예전에 인천시가 송도 석산에 박물관을 짓기로 하고 5천원과 5만원 지폐의 율곡 이이, 신사임당 영정을 그린 일랑 이종상 화백의 작품을 기증받으려다 지역 예술인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런 배타적인 풍토에 당시 실무책임자가 혀를 내둘렀다. 2년 전엔 인천 출신 유명 조각가의 작품을 기증받는 과정에서 작가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행태가 벌어져 낯 뜨거웠다.
최근 저명한 문화인이 인천아트플랫폼 예술감독으로 선임됐으나 9개월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인천시립예술단, 소래아트홀에서도 유사한 일이 빚어진 바 있다. 인천에 인재들이 모여들어야 창의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텐데, 여전히 인재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더 강하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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