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이로 올해 마흔. 어느덧 한국살이 20년 차를 훌쩍 넘기며 인생의 절반을 한국인으로 살아 온 무함마드 나비드(Muhammad Naveed) 씨는 시흥시 배곧동에 거주하는 파키스탄인 주민이자,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다섯 아이의 아빠다.
나비드 씨의 선행은 지난해 봄,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정왕본동에 사랑의 후원금 250만원을 기탁하면서 지역사회에 알려졌다. 그곳에 거주하는 고향 친구인 압잘 씨의 이야기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을 도우려는 마음이 앞섰다.
그는 “낯선 나라에 와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힘든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시흥에 거주하는 어려운 외국인을 돕고 싶었지만 방법을 잘 몰랐다. 다행히 친구가 알려준 덕분에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정왕본동에 관심이 생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나비드 씨는 정왕본동 외국인 자율방범대의 대장으로 활동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야간 순찰을 통해 어려운 외국인을 세심히 살피는 데 집중한다.
본업인 스테인리스 수출 회사 대표와 커리요리 전문 식당 대표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율방범대 활동만은 절대 빠지지 않고, 애로사항을 상담해 주는 등 각종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며 외국인의 안정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돕고 있다.
또한, 그는 ‘파키스탄 비즈니스협회’ 사무총장으로 외국인의 든든한 동반자가 돼 주고 있다. 통역을 비롯해 어려운 행정 업무나 병원 진료도 함께하며 생활편의를 돕고, 금전적으로 힘든 외국인에게도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전하며 힘을 실어준다.
심지어 파키스탄 대사관에서도 자국민 지원 건이 생기면 나비드 씨에게 따로 연락할 정도라고 하니, 그의 선행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나비드 씨는 “라마단 기간, 일출에서 일몰까지 견디는 몇 시간의 금식도 정말 힘든데 실제로 형편이 어려워서 잘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는가, 그들을 떠올리면 더 많은 이들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해진다”고 힘줘 말했다.
타인의 어려움을 감싸고 싶어 하는 나비드 씨의 따뜻한 마음은 고향 파키스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4년째 어려운 이들을 위한 작은 병원을 운영하며 진료부터 수술까지 전액 무료로 지원 중이다. 아플 때 치료받지 못하는 것만큼 서러운 건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작은 것이라도 남을 위해 베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든 일도 잊게 하는 원동력이 돼 준다고 강조한 그는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한국에 그리고 시흥에 희망으로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 봐도 한국이 가장 좋다. 정이 넘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듯하다. 도움 받은 만큼 베풀면서, 한국에서 더 즐겁게 살겠다”는 나비드 씨는 어두운 곳에 환한 빛을 밝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을 전했다.
시흥=김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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