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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 '매맞고 멍드는 황혼' 품어줄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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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 '매맞고 멍드는 황혼' 품어줄 대책이 필요하다

도내 노인학대 신고 5년간 1만468건... 보호인프라 확충 절실

노인학대

#1. “그래도 내 자식, 내 남편인 걸” 맞아도 말 못하는 老


올해 3월 어느 날, 의왕의 한 가정집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쓰러진 80대 노모의 시신을 발견한 건 도시락을 들고 찾아온 딸, 범인은 함께 살던 40대 아들이었다.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아들은 간병이 힘들고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른 아들은 끝내 구속됐다.

지난달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다툼도 안타까운 사건으로 이어졌다. 격앙된 남자들의 목소리는 바로 아버지와 아들. 30대의 건장한 아들은 나이든 아버지를 향해 둔기를 휘둘렀고, 60대 노인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저 자신을 나무랐다는 게 패륜의 이유였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부친은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매맞는 노인이 늘고 있다.

▲27일 오전 수원의 한 경로당.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던 노인들은 ‘노인학대’라는 단어를 듣자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먼저 말문을 연 건 박동하 할아버지(82). 그는 “자식에게 맞는 걸 어디 가서 자랑이라고 털어놓겠느냐”며 “누가 그런 일을 겪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지만, 막상 내 일이 된다고 생각하면 쉽사리 입밖으로 내지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정숙 할머니(73·가명)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김 할머니는 “자식이든 남편이든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결국 내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라며 “다 늙고 병든 처지에 고생하는 자식들한테 얹혀사는 것도 모자라서 앞길을 막을 순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기 지역에서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468건에 달한다. 2017~2021년 경기남부경찰청 및 경기북부경찰청에 접수된 신고는 1천303건, 1천855건, 2천151건, 2천427건, 2천732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엔 3천건을 넘길 가능성도 충분하다.

주목할 점은 가해자 대부분이 ‘가족’이라는 점이다. 해당 기간 경찰에 검거된 노인학대 가해자를 유형별로 나눠 보면 친족에 의한 학대가 94.7%를 차지한다. 자녀가 50.0%로 절반을 가져갔고, 배우자도 44.7%에 이른다.

가족에 의해, 가정에서 벌어지는 학대는 피해자의 신고가 없으면 외부로 알려지기 어렵다. 일선의 경찰들은 ‘노인들의 묵언’을 가장 어려운 요인으로 꼽았다. 학대를 당해도 ‘맞은 적 없다’고 숨겨버리는 탓에 수사에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가족의 앞날을 걱정하며 입을 굳게 다무는 황혼이 멍들지 않도록 제도권의 선제적인 피해 발굴이 중요한 이유다.

 

#2. 눈물로 적신 황혼, ‘가족 학대’ 막을 방법 시급하다


가족으로부터, 또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노인학대의 비율이 높은 만큼 지자체에서 선제적인 피해 발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밝힌 2021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학대행위자 8천423명 중 배우자는 2천455명(29.1%)으로, 2017년 1천263명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해마다 학대행위자의 최대치를 차지하던 ‘아들’은 지난해 2천287명(27.2%)으로 두 번째를 기록했다. ‘배우자’가 ‘아들’을 넘긴 건 지난해가 처음인데, 자녀동거 가구가 점차 감소하는 반면 노인부부 가구의 비율은 계속 늘어나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노인학대로 판정된 6천774건 중 ‘가정 내’ 사례는 5천962건(88.0%)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재학대는 739건(10.9%)으로 지난해 처음 10% 선을 넘겼다. 특히 재학대 중 716건(96.9%) 역시 ‘가정 내’ 발생으로 확인되며 사후관리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들어 남편이 부인을 학대하는 ‘노노(老老) 학대’도 증가하는 추세인데, 문제는 어르신들이 신고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라며 “일본에선 노인학대를 신고한 이에게 포상을 주는데 분명한 효과가 나타났다. 국내 지자체도 적극적인 발굴을 위한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자체가 운영 중인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역시 학대 증가세를 고려해 더욱 확충해야 하고, 피해노인이 단기간 방문하는 것이라 해도 내부 시설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며 “쉼터를 다녀 온 노인을 만난 적이 있는데 쉼터가 답답하고 시설이 미비해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사례도 있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비교적 노인 보호 인프라를 잘 갖춘 편에 속한다. 도는 노인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거점지역 5곳에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는 한편 전국 최초로 전담 변호사까지 배치했다. 다만 변호사는 1명에 불과하고,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역시 서부(부천)와 북부(의정부)에 1곳씩만 마련돼 있다.

올 하반기 남부에 쉼터 1곳이 추가 설치될 예정이지만, 각 쉼터별 입소 가능 인원은 5명에 그쳐 노인학대가 급증하는 속도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지난달 처음으로 도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기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보완 대책이 절실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노인학대 신고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도 차원에서 노인학대예방교육 전문강사를 꾸준히 양성하는 한편 자체 예산으로 쉼터도 확충하고 있다. 쉼터의 경우 설치 이후 인건비, 유지비 등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만큼 국비 지원을 원활히 받을 방법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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