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영 케어러, 그들도 보호받아야 할 ‘가족’

장애부모 밑에서 가족 버팀목 역할...병간호·생계로 기본적인 교육은 사치
정부지원 절실하지만 통계조차 전무, 복지부·교육부 협력해 정책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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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선 시흥 능곡고

얼마 전에 ‘코다’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용어이다. 코다는 청각장애 부모의 비장애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이 영화 주인공은 코다로 어렸을 때부터 가족의 귀와 입이 돼 가족과 세상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 보니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지 갈등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 영화에서처럼 가족의 장애 또는 중증질환을 가진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 청년들의 복지 사각지대에 알아보고 개선할 점 등에 대해 알아보게 됐다.

2021년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국내 청각 장애인 수는 40만 명이 넘는데 코다의 현황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부모의 버팀목이 돼 주는 코다는 어렸을 때부터 수어도 익혀야 하고 말도 배워야 하는데 가정 여건상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그래서 말과 글을 배울 때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어린 나이부터 책임을 무겁게 지고 있는 코다에게 공식적으로 배울 수 있는 수어 교육과 한글 교육 등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원을 위해 코다의 파악이 더 시급해 보인다.

우리 사회에는 어린 나이부터 가족 병간호로 인해 아픈 영 케어러가 있다. 영 케어러는 부모나 조부모가 갑자기 장애가 생겨 청소년 때부터 간병하며 집안을 돌보는 취약 계층 청소년, 청년들이다. 일반적으로 중·고등학생은 부모에게 한참 보호받아야 할 나이지만, 이들은 오히려 하교 후에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도 이어 나가야 하고 거동이 불편한 부모나 조부모의 병간호까지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작년 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도 장애와 중증질환이 있는 아버지를 모시던 청년이 아버지의 부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영 케어러의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우리 사회는 영 케어러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외국 사례를 보면 호주는 2010년부터 그리고 영국과 일본은 2019년부터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학비, 생활비, 병간호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영 케어러의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다.

국가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 청년들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협력해 전국 중·고등학생 중 영 케어러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의료비, 교육비, 자기계발 지원금 등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코다 그리고 영 케어러처럼 장애가 있는 가족들을 돌보며 병간호를 도맡은 이들에게 지원책을 마련, 꿈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게 발판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복지 사각지대를 빠르게 발굴하고 지원정책으로 누구나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유준선 시흥 능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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