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시대를 앞서 예단하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미디어가 만연한 지금,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와 함께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는 현시대를 어떻게 바라볼까. 지난달 29일 경기도미술관에서 개막한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展은 이 같은 질문에서 시작됐다. 디지털 네이티브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온라인 시대의 일상과 현실 세계에서 감춰진 욕망을 솔직하게 만나볼 수 있다.
오는 10월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김한샘, 김희천, 박윤주, 스테파니 모스하머, 쉬어 헨델스만, 안가영, 추수, 최지원 등 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총 28점으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독특한 욕망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해 풀어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김한샘 작가의 ‘라이트닝 로드’라는 비디오 게임 작품이다. 게임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김한샘 작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과 게임 속 캐릭터를 작품에 투영했다. 작가는 중세시대에 있을 법한 영웅들의 모험담을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김 작가의 작품 옆엔 최지원 작가의 ‘벨벳제스쳐’, ‘수호자’ 등이 위치해있다. 매끈한 도자인형을 그린다는 최지원 작가는 화려하고 빛을 머금고 있는 특징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 작가는 “도자인형은 겉은 견고하지만 쉽게 깨질 수 있는 대상”이라며 “화려함 속 은밀하게 감춰진 불안감과 긴장감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안가영 작가의 ‘KIN거운 생활: 쉘터에서’과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들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존재들’이다. 작품은 핵전쟁 속 살아남은 여성 ‘줄라이’와 그의 강아지, 청소로봇이 등장하는 게임이다. 실제 게임처럼 관람객이 게임에 참여할 수 없지만 줄라이와 강아지, 청소로봇의 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컨트롤을 할 수 있다. 또한, 그 관계에 따라 캐릭터의 삶이 끝날 수도 시작할 수도 있다. 안 작가는 작품을 통해 감정에 따라 서로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잠수경험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주는 김희천의 ‘탱크’, 새로운 공공영역인 디지털 세계 속에서 만든 세계를 통해 독특한 시점을 제공하는 박윤주의 ‘룬트마할’, 주체적인 사이보그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추수의 ‘틴더’, 바하의 콘체르토를 부르는 테너 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신과 같아지고픈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드러내는쉬어 헨델스만의 ‘레차타티브’, 알콜 중독자들의 눈의 움직임을 통해 말하지 못했던 주제를 꺼내게 하는 스테파니 모스하머의 ‘당신과 나 - 각각의 해로움, 하나의 베개 연작으로부터’ 등 비디오 게임, 오브제, 모션 그래픽 등 다양한 작품으로 현시대의 미술을 보여줌과 동시에 디지털 현실세계에서 감춰졌던 솔직한 욕망을 꺼내게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현정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익명의 현실인 가상 세계 속에서 사회규범에서 벗어난 욕망과 쾌락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전시를 통해 가상 세계 속 모습이 관람객들의 가장 찬란한 순간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며 전시를 즐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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