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경찰국’ 부활 이상민 장관 “치안본부 형태 행안부 흡수 아니다… 적절한 지휘·감독 필요” 경찰들 “예산·인사·감찰·정책 권한까지 통제… 민주 경찰 근간 흔드는 조치”
행안부 ‘경찰국 부활’ GO!… 경찰 ‘거센 반발’ NO!
행정안전부가 행안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행안부는 적절한 관리 감독의 필요성을 이유로 이러한 조직의 신설을 강조하는 반면, 경찰은 정부의 과도한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경찰국 신설 권고안 내용은 무엇?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위원회)는 지난달 21일 행안부 내 ‘경찰지원조직’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행안부와 경찰청 소속 공무원 3인과 행안부 정책자문위원 6인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5월13일부터 6월10일까지 총 4차례 경찰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권고안’을 마련했다.
해당 권고안에는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행안부 장관의 소속 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경찰 인사 절차의 투명화 ▲감찰·징계제도 개선 ▲경찰 업무 관련 인프라 확충 ▲수사 공정성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위원회는 최근 법 개정으로 검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과 불송치 결정권을 주면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경찰 수사 권한이 확대된 만큼, 권력 균형을 위해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행안부 “경찰 권한 강화에 따른 관리체계 개편”
행안부 역시 역대 정부의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방식의 문제와 함께 최근 경찰의 권한이 급격하게 확대 강화돼 경찰의 관리체계 개편과 수사역량 강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행안부 내 경찰지원조직 신설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과 관련해 법령 발의·제안, 소속 청장 지휘, 인사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수사 규정 개정 협의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현재 행안부 내에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내무부(행안부 전신) 치안본부가 1991년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행안부 내 경찰 업무 조직인 ‘경찰국’이 부활한 셈이 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을 폐지하고 다시 치안본부와 같은 형태로 행안부에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 같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되 이를 적절히 지휘, 감독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의 조직을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부글부글 경찰 “과거로 회귀… 즉시 중단해야”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논란의 불을 지핀 경찰 관련 지원조직인 경찰국의 신설에 대해선 정부가 확대된 경찰의 수사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 정권은 행안부의 전신인 내무부 치안국과 치안본부를 통해 경찰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아 1991년 행안부의 외청으로 경찰을 독립시켰다. 그러나 이번 경찰국 신설을 통해 정부가 경찰의 인사·감찰 사무 등에 관여할 경우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경기남부경찰청과 인천경찰 공무원직장협의회는 지난달 15·19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에 각각 반대입장을 밝히며 중단을 촉구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는 1991년 이후 외청으로 개편돼 독립적 치안 행정을 한 조직에 대해 경찰국을 만든다는 권고 내용은 경찰청을 옛날 치안본부로 격하시키는 시대적 역행의 착오라며 경찰의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이강구 경기남부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은 “경찰은 사회를 위해 현장에서 법을 집행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국가 조직인데 예산과 인사, 감찰, 정책 권한까지 통제하는 것은 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민주 경찰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말했다.
인천경찰 공무원직장협의회도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국 신설을 통해 경찰 인사와 예산, 감찰권까지 통제하면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경찰 인사를 개혁하고 처우 개선을 통해 치안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내세운 공약은 지금 경찰국 신설 내용과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시도라고 강조하며 경찰은 국민이 아닌 행안부 장관만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이외에도 일선 경찰들은 “어찌 1980년대, 1990년대 경찰로 회귀하란 말이냐”, “경찰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어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과 세종시 행안부 앞에서 릴레이 삭발과 단식 등에 나설 것을 예고하는 등 행안부의 경찰권 통제에 대한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 ‘경찰국 신설’ 반대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경찰국 신설 문제에 대해 행안부와 일선 경찰들의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경찰 권력의 비대화가 우려된다면 국가경찰위원회와 자치경찰위원회 권한을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어 경찰권이 비대해진 것이 사실이라면 정치 권력이 통제할 것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며 외부 민간인 단체로 구성된 국가경찰위원회와 자치분권 취지에 맞는 이원화 자치경찰제를 시행해 경찰청의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각지의 경찰 공무원직장협의회에서도 “경찰 견제가 필요하다면 국가 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민주적인 통제 방법을 강구하고, 경찰청장을 장관으로 격상해 독립성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양휘모·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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