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광고, 각종 영상 클립 등 갖가지 형태로 디지털 아트는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조각, 회화, 판화로 편의상 널리 분류되는 순수 미술의 영역에서는 생경하다.
순수 미술 영역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현 시대의 다양한 디지털 아트를 선보이는 전시가 열린다. 13일 과천시민회관 마루갤러리에서 개막한 로드릭 해이워드 박의 개인전 <조각의 확장전>이다.
로드릭은 순수 조각과 상업 미술을 병행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작가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석사학위를 받고 개인전, 단체전, 환경조각, 광고, 기업과 지자체, 박물관 홍보영상 등을 제작해왔다.
스스로를 특정 장르에 묶어두기보다는 ‘시각미술가(Visual Artist)’로 불리고자 하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틀을 벗어난 작품을 선보인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붓처럼 사용해 디지털 아트로 구현한 조각·회화디지털 작품 40점, 영상 NFT 작품 501점이다.
로드릭 해이워드 박은 “최근 불어 닥친 NFT 열풍 속에서 디지털 아트는 갑자기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게 되었고, 최근 일부 젊은 미술인들은 당연시되던 회화, 조각의 방식을 피지컬(physical) 아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이 활용하는 디지털 방식은 아트는 그냥 ‘Art'라는 역전이 일어난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지엽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 다가올 메타버스의 세상을 상상하면 가볍게 볼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이러한 최근의 흐름을 반영했다.
그의 작품에는 실제 작품과 가상의 이미지가 섞여있다. 입체와 평면, 즉 조각과 회화의 범주로 나누어진 순수 미술의 오랜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그러는 사이 관람객은 실제와 허상을 재구성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작업한 작품 중 가정의 실내 환경에 어울릴 법한 작품을 위주로 선별해 전시했다.
그는 “어떤 작가들은 저의 작업이 너무 다양하다고 말하지만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행여 표현 방식이 디지털이라고 해서 가볍게 여겨진다면 조금 슬플 것 같다. 무수히 많은 실패 속 탄생한 창작의 기쁨과 에너지를 관객들께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열리는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일요일 휴무.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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