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엔 식별 더 어려워 중앙선 넘나드는 ‘곡예 운전’ 다반사 추가 예산 시급… 市 “민원 접수시 현장 출동해 즉시 조치”
최근 인천 남동구 예술로의 한 왕복 6차선 도로. 국지성 호우로 많은 비가 내린데다 날씨가 어두워 도로 위 차선을 보기가 쉽지 않다. 도로 위에 그려진 차선 위에 물이 고이고 이곳에 자동차 전조등 불빛까지 반사되면서 제 차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다. 도로 위에 재도색을 한 흔적이 보이지만 차량 통행이 많은 탓에 금세 마모돼 식별되지 않는 차선 사이로 중앙선을 넘어갈듯한 아찔한 주행이 이어진다. 같은 날 낮 12시 왕복 8차선인 연수구의 한 도로 역시 어두운 날씨에 전조등을 켠 자동차들이 마주오면서 차선을 찾는 시야를 방해하고, 좌회전 차로의 차량이 옆 차로를 넘어서 있기도 하다.
30년간 운전업에 종사하고 있는 박모씨(54)는 “운전을 오래했지만 비가 오거나 어두우면 정말 차선이 너무 안보여 위험한 상황이 많다”며 “예전에는 형광색이 섞인 도료가 보여 괜찮았는데, 요즘에는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차선을 도색하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인천 지역 도로 곳곳이 비가 오면 차선 식별이 어려워져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역 도로 차선이 보이지 않는 원인은 차선을 그릴 때 유릿가루를 섞어 빛을 발산하는 기준인 ‘휘도(밝기)’가 낮아진 결과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이 있는 지역 특성 탓에 화물차 통행이 잦다. 이 때문에 차선 마모 속도가 빠르고 휘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교통노면 표시 기준을 보면 도로 차선을 도색할 때 휘도는 흰색선 240mcd/(㎡·Lux)이상, 황색·청색선 각각 150, 80mcd/(㎡·Lux) 이상으로 해야 한다. 또 차선 마모가 이뤄졌거나 비가 올 때 반사성능 값이 100mcd/(㎡·Lux) 이하일 때는 재도색이 필요하다.
시가 민원이 발생하거나 유관 상 훼손이 심한 도로에 대해 도로교통공단과의 협조를 통해 휘도 등을 측정하고 있다. 이는 재도색 구역을 육안점검만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워서다. 반면 충남 예산군은 노면표시 휘도측정기를 구입해 주기적인 도로 자체검사를 통한 재도색 대상 지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 예산은 차선 도색과 교통표지판 설치 등에 한정돼 있어 차선 마모를 확인할 장비 등을 구입하기 위한 추가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은 “인천의 노후된 도로들에 대한 개선을 위해서 임시방편의 관리 방안보다는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문 도시인만큼 추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원도심 등의 도로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거나 조사가 필요하면 최대한 현장에 바로 나가 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관련 예산도 지난해보다 증액한만큼 시민 불편이 없도록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이민수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