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인재 15만 양성‚ 구체적 실현방안 미흡하다

정부가 지난 19일 10년간 반도체 인력 15만명을 양성하는 내용의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학과 학부 정원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가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며 인력 문제 해결을 주문한 뒤 40여일 만에 나온 대책이다.

교육부는 반도체 전문 인재를 키우고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내 여러 부처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첨단산업 인재 양성 특별팀(TF)을 꾸려 정책 과제를 발굴해 왔다. 산업계는 반도체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현재 17만7천명 수준인 반도체부문 인력이 10년 후 30만4천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보다 12만7천명 더 늘어나는 규모다. 이에 대비해 정부는 첨단분야 학과 신·증설시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학부 정원을 늘릴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학·고교에서 매년 배출하는 반도체 관련 인력은 4만9천명 정도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반도체 학과 정원을 대학원 1천100명, 학부 2천명, 전문대 1천명, 직업계고 1천600명 등 5천700명가량 늘려주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방·수도권 상관없이 의지와 역량 있는 대학·고교의 정원을 적극 늘려주겠다”고 밝혔다. 일선 대학은 학과 구조조정을 통해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고, 기존 학과 정원은 그대로 두고 반도체 학과를 신설·증원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규제도 완화한다.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에 학과 신·증설이 어려운데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분야는 교원 기준만 충족하면 정원을 늘릴 수 있게 했다. 또 반도체 산업 전문가가 대학 강사, 겸임 교수 등으로 초빙될 수 있게 교원 자격 기준도 완화한다. 정원 확대와 별도로 2023~2026년까지 대학 20곳을 ‘반도체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 규제를 풀고 재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반도체 인재 육성의 밑그림은 나왔지만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지, 기업들이 필요한 석·박사급 고급 인력은 어떤 식으로 공급할지 등은 언급이 없어 ‘반쪽짜리’란 지적이다. 교원만 충분히 확보하면 반도체 학과 신·증설을 허용하겠다는데 관련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해당분야 전공 교수가 적어 서울대도 공대 교수 330명 중 반도체 연구에 전념하는 교수가 10여명에 불과하다. 실험·실습 장비도 부실해 전공자들이 반도체 하나 제대로 만들어보지 못하고 졸업하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계뿐 아니라 기업의 최고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회사 업무와 교직을 병행할 수 있게 하고, 기업의 첨단 설비를 이용한 현장실습 기회도 늘려야 한다. 산학연 협력이 절실하다. 정부는 교원 확보, 시설·장비 투자, 연구비에 재정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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