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가평서 잇따른 추락사… 일각선 “중대재해법 효과 미미” 도내 안전조치 위반 사업장 올 상반기에만 3천682곳 적발 전문가 “안전불감증 주요 원인… 인식 개선·관련법 강화 필요”
경기 지역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의 추락 사고가 끊이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지역에서 산재 사고로 인해 사망한 작업자는 총 22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산재 사망사고 중 건설업 현장에서 사망한 사람은 124명(56.1%)으로 전체 업종 중 가장 많았다. 이 중 추락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79명(63.7%)으로 절반 이상이 건설 현장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6일 부천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 공사장에서 작업 중인 50대 근로자 A씨가 3층에서 6m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높이 2m 이상의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선 안전대를 착용해야 했지만, 당시 A씨는 이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20일에는 가평군 청평면의 한 샌드위치 패널 건물 공사현장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 30대 B씨가 12m 아래로 떨어졌는데, 병원으로 옮겨진 B씨는 이튿날 숨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 현장 내 근로자 추락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추락 안전조치가 미비한 사업장은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고용노동부는 안전보건조치 위반 사업장 총 3천682곳 적발했는데, 건설업에선 총 1천997곳(54.2%)의 사업장이 단속망에 걸려 들었다. 이 중 추락 안전조치를 위반해 적발된 사업장은 총 1천42곳(52.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안전불감증을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사회적 인식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 현장에는 바닥에 위험한 자재들이 많아 꼭 높은 곳에서 떨어지지 않더라도 사망할 가능성은 다분하다”며 “고층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근본적으로 위험을 수반하는데, 안전조치 시 발생하는 비용을 불필요한 것이라 여기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으로 인해 되레 예방법 성격을 띠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존재감이 약해져 사고가 근절되지 못하는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이 처벌 여부에만 관심을 갖고,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관심은 도리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규율하는 자율예방 활동과 같은 일상적이면서도 중요한 예방노력에는 손을 놓고 있어 건설 현장의 추락사는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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