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진표 국회의장 “민생 해결·개헌 추진... 여야 협력으로 난관 극복”

후반기 의장 선출 시한 강제조항 두고... 입법 공백 최소화해야
국회 한달 넘게 파행... 검찰 개혁 등 주요 현안 위해 조율 앞장
‘35년 된 헌법’ 사회적 합의로 개헌 완성...군공항 이전도 성과 기대
평행선 도의회, 도민 입장 생각해야… 먼저 양보하는 쪽이 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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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이 27일 오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개헌 검찰 개혁 수원 군공항 이전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윤원규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4일 5선의 국회의원(수원무)에서 21대 후반기 국회의장이 됐다. 앞서 지난 5월24일 더불어민주당의 의장 후보가 됐지만 후반기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42일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김진표 의장은 취임하자마자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두 현안은 제헌절 경축사에서 다시 강조될 만큼 그에겐 임기 내 풀어야 할 최대의 숙제가 됐다. 27일 김 의장은 다른 언론보다 먼저 본보 등 경기지역 언론과 만났다. 의장 앞엔 검찰 개혁, 국회법 개정, 수원 군공항 등 여러 현안이 쌓여 있다. 앞으로 2년간 어떻게 국회를 이끌어 갈 것인지를 김 의장에게서 들어봤다.

■ 문희상 의장 이어 4년 만에 경기 의원이 다시 의장 돼

김 의장은 먼저 다섯 차례나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지역구민, 국회의장으로 지지해준 여야 의원, 문희상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입을 열었다.

이어 김 의장은 국회의장 선출 과정을 돌이켜보면서 “여기까지 오는 게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관행상 국회의원 중 최소 5선 의원이 하는데 5선 당선이 쉽지 않고 5선이 돼도 모두 의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 5선이 됐을 때 자신이 속한 정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 이 같은 전제조건을 충족하고 나서 5선 이상 의원들과 경쟁한 후 최종 당선이 된다.

김 의장은 “결국 경기도민들이 우리 당 의원들을 많이 당선시켜주시고, 특히 중진의원들이 많이 있어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비록 2년간의 짧은 임기지만 많은 성과를 낸 국회의장이란 평가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 국회 공백시, 국가 상황 대처 미흡…“후반기 국회 개회 강제해야”

김 의장이 국회의장이 되는 과정에선 또 다른 장애물이 있었다. 국회가 한달 넘게 열리지 않으며 공식 선출이 차일피일 미뤄진 것이다. 현행 국회법을 보면 전반기 국회의 경우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를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의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달리 후반기 의장에 대한 선출 시한은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있다.

김 의장은 “이런 입법 불비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긴다”면서 “의장 선출을 못 하면 국회는 완전히 공백 상태에 빠지게 돼 국가 비상 상황이 생겨도 국회가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민생 관련 법안 처리가 뒤로 미뤄지고 각 부처 장관과 국세청장, 합참의장 등의 인사청문회도 파행을 겪었다. 김 의장은 “인사 검증을 제대로 못 한 책임은 결국 여야 국회의원 모두에게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막으려면 국회법을 개정해 후반기 국회도 정확히 언제 열어야 한다는 강제조항을 두고, 입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내 별명은 ‘조율자’…어려운 문제 적극 조율할 것”

현재 국회엔 검찰 개혁안, 사법개혁특별위 출범, 국회법 개정안 등 여러 굵직한 현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여야 간 조율을 이끌 의장의 복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의장은 각 현안에 대해 “검찰개혁은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씻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공정사회를 만드는 첩경이다”면서 “정부가 국회 본회의 통과가 필요한 법률안 개정안 대신 국무회의를 통해 시행령만 고치는 등의 꼼수로 국회를 패싱한다면 정부시행령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결국 삼권분립의 취지 아래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국회를 만들려면 검찰에 대한 개혁 논의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 ‘광해’에 등장한 ‘정치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주어야 하는 것’이란 대사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여야가 갈등하면 알아서 합의해 오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면서 “양방이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도록 적극적인 조율을 하겠다. 오죽하면 내 별명이 ‘미스터 튜너(tuner·조율자)’겠나”라고 말했다.

■ 35년 된 헌법…“국민적 열망 수용해 국가 근본 틀 바꿔야”

김 의장은 취임 첫날부터 개헌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지금의 헌법 틀이 갖춰진 게 어느덧 35년이 지났다. 시대에 맞게 헌법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면서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 등 국민적 열망을 수용해 나라의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의 개헌 작업에 대해선 용두사미에 그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의장임기 동안 여야 정치권은 물론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아 사회적 합의로 반드시 개헌을 완성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 수원 군공항 보며 정치 입문…“임기 중 성과 기대”

김 의장은 수원의 군공항 이전에 관심이 많다. 30년간 경제부처 공직자로 일한 그가 2004년 정치에 뛰어든 계기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수원 제10전투비행단’때문이었다. 공항을 이전하고 그곳에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조성해 동북아의 경제 허브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김 의장은 국회의원 당시인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전투비행단의 이전 근거를 제일 먼저 마련했다. 오랫동안 군공항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군공항 소음 피해 보상법’도 통과시켰다. 한해 30여만 명의 시민들이 특별한 소송 없이도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의장은 “여러 번의 여론조사 결과 민군통합 국제공항 건설에 대한 화성시민들의 찬성 여론 또한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윤석열 대통령도 ‘중앙정부가 대폭 지원하겠다’는 말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동연 경기도지사,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정명근 화성시장 모두 국제공항 건설을 전제로 화성시 화옹지구 이전에 긍정적인 검토를 하는 만큼 입법을 충실히 해 임기 중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평행선 경기도의회... “먼저 양보하는 쪽이 현명해”

수원에서 20년 가까이 국회의원을 지낸 김 의장은 78대 78 여야 동수로 개원에 난항을 겪는 경기도의회에 대해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동수라는 의석수 때문에 양당이 많이 힘들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김동연 도지사가 양쪽 모두 만족하는 중재안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도지사와 의회 간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다”며 “국민의힘 입장에서 도지사가 간섭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통상적으로 다선, 고령 의원이 의장을 먼저 하고 2년 후엔 상대 당이 하면 된다. 정 안되면 제비뽑기라도 해야 한다”면서 “도민의 입장을 생각해 한걸음 양보해야 한다. 먼저 양보하는 쪽이 현명하고 도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의장은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둔 민주당에 대해 “의장이 되면서 당적이 없어졌기 때문에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참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조직이 커지면 특정 집단의 이익만 생각하는 과오가 자주 발생한다. 소수 의견이 다수 의견으로 호도될 수 있어 국민 여론 수렴을 제대로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장은 “최근 국민이 국회를 걱정한다는 얘기가 많다. 사실 국회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정상”이라면서 “그러려면 민생이 어려울 때 여야가 대립하고 갈등할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담=김재민 정치부 부국장/정리=민현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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