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열린도서관’ 정책에 밀려…앉을 자리 잃은 인천 취준생

시립도서관 8곳 중 6곳 ‘칸막이 열람실’ 속속 없애
“공부할 곳 없다” 불만 목소리… 市 “시민 문화공간으로”

인천 중앙도서관에 마련된 자료실에서 시민들이 공부 등을 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최근 리모델링을 마치면서 칸막이 열람실을 크게 줄였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칸막이 좌석이 없으니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워요”

취업을 준비중인 성이영씨(26)는 집 근처에 위치한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중앙도서관에서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공부를 한다. 하지만 이 도서관에는 예전보다 칸막이 열람실이 줄어 혼자서 공부할 자리가 없다. 그렇다고 자료실에서 공부를 하기엔 돌아다니는 이용객 때문에 집중이 어려웠다. 결국 성씨는 도서관 대신 10여만 원을 내고 스터디 카페로 자리를 옮겨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인천지역 시립도서관 등이 정부의 정책에 따라 열람실을 줄이고 있어 취준생과 공시생, 학생 등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인천시와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시립도서관 8곳 중 미추홀도서관과 율목도서관 2곳만 칸막이 열람실을 운영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관리하는 도서관은 총 8곳으로 이들 모두 칸막이 열람실이 있다. 반면, 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도서관 중 가장 큰 규모의 중앙도서관은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칸막이 열람실을 큰 폭으로 줄였다. 중앙도서관 전체 360석 중 45석만 칸막이 형태의 열람실이다. 이는 리모델링 전인 지난 2020년 기준 열람실 좌석 총 724석 중 칸막이 좌석이 204석이었던 것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시와 시교육청이 도서관 열람실을 줄인 이유는 정부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2019년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발표하고, 도서관을 시민들의 휴식과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자 열린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도서관을 휴식공간과 카페 등 포용적 개방공간으로 확대키로 하면서 최근 신설한 도서관과 리모델링한 도서관 열람실 좌석이 줄고 있는 것.

시와 시교육청은 도서관을 개인 공부를 위한 공간이 아닌,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바꾸고자 열람실을 없애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료실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과 취준생, 독서를 하는 시민들이 뒤섞이다 보니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실정이다.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은 바뀐 환경에 쉽게 적응했지만,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려는 취준생과 공시생, 학생들은 칸막이 형태의 열람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열람실이 줄면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지 못하는 수험생은 스터디카페 등을 이용해야 하기에 금전적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도서관에서 자주 공부를 한다는 차하란양(15)은 “칸막이 좌석을 가장 선호하지만 일찍 오는 사람들이 먼저 선점해 개방형 좌석을 이용한다”며 “칸막이 자리가 없으면 인근 스터디카페로 가야하는데 적은 용돈 때문에 자주 가긴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최근에 지어진 도서관은 칸막이 열람실이 거의 없다”며 “도서관을 열람공간보다는 문화공간으로 조정하는 게 최근 추세로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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