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팽나무에 대한 단상

잎은 어긋 난다. 달걀 모양의 타원형이다. 꽃은 5월에 핀다. 새로 자란 가지 밑부분에선 수꽃이 취산꽃차례로 달린다. 윗부분 잎겨드랑이에 암꽃이 1~3개 핀다. 꽃받침 조각은 4개다. 수꽃에는 수술 4개와 퇴화한 암술 1개가 있다. 암꽃에는 짧은 수술과 암술대가 2개로 갈라져 핀다.

▶무슨 유명한 식물이길래 서두가 길까. 팽나무의 이력서다. 그런데 낯설다. 그동안 팽나무라는 본명 대신 달주나무나 매태나무, 평나무 등으로 불려온 탓이다. 이를 테면 할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할 때는 집안 돌림자를 써 한자 이름으로 점잖게 짓지만, 어렸을 때부터 개똥이라는 편한 이름으로 불린 격이다.

▶이 나무의 삶을 더 들여다 보자. 열매는 둥글고 둘레는 7㎜ 남짓하다. 색깔은 등황색으로 10월에 익는다. 맛도 제법 달다. 표면에는 그물 같은 주름이 있다. 옛날부터 방풍림이나 녹음 등을 위해 심었다. 목재는 가구재·운동기구재로 이용되고, 도마 재료로 가장 좋다. 친정은 동북아시아다.

▶요즘 이 나무가 드라마에 깜짝 출연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녀석은 소덕동 마을 정자나무로 나온다. 출연료는 받았을까.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보호수로도 지정된다고 한다. 어지간한 배우보다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계에서 식물을 도구화하면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멸종위기식물 보전을 연구하는 허태임 박사다. “식물은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이었던 적이 없어요.” 동물이든, 식물이든 이 땅에서 생존하는 것들은 다 존중받아야 한다. 주말을 맞이하면서 불현듯 엄습하는 지극히 평범한 고뇌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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