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접촉 공포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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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강 협업공간 두치각 대표

2일 밤 9시 기준 코로나 확진자가 11만5천여명이었다. 이쯤 되면 코로나 재유행상황으로 판단한다. 2020년 처음 발생한 이후, 확진자가 발생하면 감염경로를 파악하여, 접촉자에 한해서 pcr 검사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대상이 특정되다 보니, 사회적으로 ‘금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마치 누구에게라도 접촉하거나 만나게 되었을 때, 코로나 확진자가 되지 않을까 서로 의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필자는 2020년 열심히 지역의 문화공간을 준비, 10월 문을 여는 개관식을 준비했다. 오후 5시 오프닝을 멋지게 준비하고 있는데, 그날 일을 도와주던 아르바이트생이 급하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금 확진자 접촉 문자를 받아서 당장 pcr 검사를 받아야합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공식 행사를 불과 3~4시간 앞두고 받은 통보였다. 행사를 주최하는 입장에서 방역당국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확진자와 접촉을 했으며, 그 문자를 받은 친구가 확진이 될 경우, 그 공간에 함께 있었던 모든 이가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행사는 급하게 취소했다. 잔칫집이 한순간에 초상집이 됐다. 일 년간의 수고를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는 날이었지만 그렇게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 뼈아픈 경험이었지만 그것 또한 큰 경험과 자산이 됐다. 그 전까지는 느슨하게 지키던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를 철저하게 지키게 되었다. 그리고 행사를 준비함에 있어서 방역당국의 지침을 두세 번 검토하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예술계 입장에서는 코로나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초창기에는 갑자기 닥친 코로나라는 전염병 환경 속에서 막무가내로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것으로 생각했다. 아주 초창기에는 모든 예술 프로그램이 취소가 됐다. 그 당시, 필자에게 익명으로 페이스북 메시지가 오기도 했다. 본인은 연극배우인데, ‘모든 연극이 취소가 됐다. 단순 아르바이트를 시켜달라’는 메시지였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전염병 사태가 예술계가 얼마나 취약한 노동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모든 예술 프로그램 취소 이후에는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아주 소수의 인원을 초청해 영상을 제작하고 배포하거나 온라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소통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예술의 본질이라는 것이 실제로 얼굴을 보고 그들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언제까지 비대면으로 작품을 온라인으로 감상하면서 예술적 경험을 공유할 수는 없다.

2022년 현재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확진자가 나와도 금기하거나 공포에 떨기보다는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전염병으로 인식 중이다. 팬데믹을 너머 엔데믹(풍토병)으로 정착 중이다. 지난 2년여 간의 문화예술계의 팬데믹 경험이 어느 정도 축척되어 있다. 무조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취소하는 것만이 혹은 만나지 않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삶이 있으면 그 희노애락을 담아, 옆의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계도 존재해야한다. 접촉의 공포를 넘어, 전염병 속에서도 소통하고 만날 수 있는 묘수를 낼 때다.

이생강 협업공간 두치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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