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사회, 길을 묻다]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

“정치권 협치, 선택 아닌 필수... 대통령, 野와 자주 만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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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 변호사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올해 두 번의 선거를 겪은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여당이 지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자, 야당은 벌써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며 맞서고 있다. 경기도 역시 도의회 여야가 78 대 78 의석수로 초유의 대립 국면을 맞아 원구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파행을 겪고 있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까지 발목이 붙잡혀 김동연 지사의 협치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 같은 분열과 대립의 양상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권의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 진정한 협치의 길이 무엇인지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편집자주]

■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환호받을 시간 없었다”

전원책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의 원인에 대해 우리 사회가 대통령선거·지방선거 등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벌어진 ‘편 가르기’와 ‘극단적인 선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 변호사는 “2019년 조국 사태로 진보·보수 양 진영이 전에 없이 극단적으로 편이 갈라진 상태에서 우리 사회는 대선을 맞았다”며 “마땅한 대통령 후보를 못 찾은 보수진영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정치 초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로 점찍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20대 대선은 전대미문의 선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양 진영은 지난 선거에서 이념이나 정책으로 싸운 게 아니라 감정으로 대립했다”며 “특히 패배한 진보진영은 작은 차이로 졌기 때문에 상실감과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 컸고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집권 초기 허니문은 전임 대통령이면 누구나 누렸다. 이 시기엔 지지율이 낮았던 지역에서도 지지율이 오른다”면서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이 오를 틈도 환호받을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 취임하자 해일 맞은 윤 정부... 탄핵당할 이유 없어

전 변호사는 윤석열호가 출항하자마자 ‘파도’가 아닌 ‘해일’을 맞닥뜨렸다고 비유했다. 그는 “문제가 윤 정부 내부에 있다면 고치면 되지만 모두 외부에서 비롯돼 감당하기 힘들다”면서 “해외 파급력이 큰 3고(高) 현상, 전 정부가 떠넘긴 재정 적자, IMF 시기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난 부채가 그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IMF 때처럼 금 모으기 운동한다고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누가 금을 들고 나오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말 어려운 상황인데 윤 정부를 두고 탄핵 운운하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면서 탄핵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탄핵 사유가 있어야 탄핵할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 정부를 향한 공격을 경제, 외교, 인사 등 세 가지로 요약하고 “경제 문제는 문 정부가 뿌린 씨앗 때문에 윤 정부가 정책을 펼칠 수 없고, 외교는 한미동맹을 오히려 강화했다”면서 “문제는 인사에 있다”고 평했다.

그는 장관 후보자의 계속된 사퇴,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후보자의 임명 등은 인사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특히 만취 운전 전력이 있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인사 문제를 빼면 윤 정부에겐 큰 문제가 없는데 무슨 탄핵을 운운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언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인사에 대한 질문을 받자 언짢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후보자들이 전 정부 인사보다 훌륭하단 말은 대통령으로서 굳이 할 말이 아니다”라며 “다만, 도어스테핑은 여느 대통령에게서 볼 수 없었던 훌륭한 시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만 그치지 말고, 의회와도 소통하고 협치해야 한다. 행정부와 의회의 협치가 진짜 협치다”라면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시도 때도 없이 만나 의논하고 ‘도와 달라. 해결해 달라’라고 요청하다 보면 협치의 길이 활짝 열린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보다 권력에 취한 국민의힘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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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변호사는 여야에 대해 “민주당은 어떻게든 흠을 내서 윤 정부를 중도에 좌초시키려 하고 있다. 이를 막아야 하는 국민의힘은 권력에 취해 있어 민주당보다 문제가 있다”면서 “집권 두 달쯤 되자 1인자니, 2인자니 하는 말이 나온다. 권력에 취해 있을 때 나오는 행동과 발언들이다”라고 진단했다.

전 변호사는 특히 대통령실 9급 공무원 채용을 두둔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면서 권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오히려 윤 대통령에 짐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 정치사를 보면 진정한 2인자는 중국의 초대 주석 마오쩌둥의 파트너이자 2인자였던 저우언라이밖에 없다”면서 “저우언라이처럼 검소하고 청렴하면서 자신을 절대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진정한 2인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핵관’이란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핵관’은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를 뜻하는 단어로 직무 정지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처음 썼다. 전 변호사는 “윤 대통령을 공격하는 말이기에 집권여당의 대표가 할 얘기는 아니었다”면서 “그런데 언론에선 권 대표, 장 의원 등을 거론하면서 윤핵관이란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동연 지사, 첫 느낌과 달라졌다”

전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상임고문(인천 계양을)이 당대표가 되면 당이 쪼개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는 이 고문에 대해 “운동권의 적자도, 동교동계의 적통도 아닌 사람이 팬덤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정통 운동권 출신들이 보면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뭔가가 없다면 정통파들은 이 고문에게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전 변호사의 이 같은 언급은 이 고문이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분당을 막으려면 이 고문이 먼저 통합의 메시지를 보내고 다른 주자들을 껴안아야 한다고 뜻으로 풀이된다. 타당과의 협치를 하려면 먼저 당내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것이 당대표의 역할이기에 당대표 후보자로서 그런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 변호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에 대해선 “첫 느낌이 참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정부 당시 경제 관료였던 남덕우 전 국무총리, 아웅산 테러로 목숨을 잃은 전두환 정부의 김재익 전 경제수석비서관, 신정아 사태를 겪었던 노무현 정부의 변양균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까지 유능한 경제 관료의 명맥을 김 지사가 이을 것이라고 한때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김 지사가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되면서 많이 달라졌다. 그에 대한 느낌도 사뭇 달라졌다”며 속내를 털어났다. 그러면서도 도지사로서 김동연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고, 지사는 작은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김 지사가 협치를 할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대통령을 두고 했던 협치에 대한 전 변호사의 조언은 김 지사와 여야 의원 동수로 대립의 수평선을 달리고 있는 도내 정치권에도 해당된다. 대통령이 수시로 야당 당수와 만나 허심탄회하게 국정을 이야기해야 협치가 되는 것처럼 김 지사 역시 포용으로 야당과 만나 소통해야 진정한 협치의 길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1979년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법률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해서 사법연수원을 마친 후, 1981년 육군 장기 복무 군법무관으로 10년 6개월을 복무하고 육군 중령으로 전역했다. 1991년 법률사무소를 개업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 자유경제원 원장 등을 지냈다. 2007년 KBS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군가산점 제도 찬성을 주장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YTN라디오, JTBC ‘썰전’, TV조선에 출연하며 보수논객으로 활동하다 2017년 TV조선 평기자로 입사해 뉴스앵커가 됐다. 현재 변호사와 유튜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김재민·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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