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이식 앞둔 60대·마지막까지 환자 지킨 간호사...안타까운 사연 市, 유족 심리상담 등 지원 방침
“우리 엄마는 암도 이겨낸 ‘로보캅’이었는데 이렇게 떠나시다니요…”
환자 곁을 지키던 간호사, 신장 이식을 앞둔 60대 남성, 가족을 위해 암도 버텨내던 70대 여성 등.
지난 5일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의 화재 사고 희생자들이다.
화재 당시 끝까지 환자를 대피하려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故 현은경씨(50·여)는 20여년 경력의 베테랑 간호사다. 누구보다 투철한 사명감과 안전을 제일로 여겼던 고인은 사고 당일 아침에 딸과 전화통화를 하고 오후에는 모처럼 군 휴가를 나온 막내아들과 안경을 맞추러 가는 등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더욱이 지난 6일 친정아버지의 팔순 생일을 앞뒀던 현씨는 가족들의 눈물을 뒤로 한 채 먼길을 떠났다.
사망자 60대 남성 A씨는 내년 두 번째 신장 이식을 앞두고 있었다. 5년 전 신장 이식을 받은 A씨는 1주일에 3번씩 이곳을 찾아 투석치료를 받는 등 누구보다 회복 의지가 강했고 두 번째 수술의 순번까지 받아놓은 상황이었다.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던 A씨는 불이 났을 때 보행보조기구를 착용하느라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 2004년 위암 2기 판정을 받았던 70대 여성 B씨는 가족들 사이에서 암을 이겨낸 ‘로보캅’이었다. 원래 거주지가 성남시인 B씨는 1주일에 3차례 병원을 찾기가 버거워 이곳 근처에 조그만한 방을 구했다. 이른 새벽 남편의 배웅으로 병원에서 투석을 받고 나서 오전 11시에 남편과 함께 집에 들어가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사고 전날 남편과 함께 오순도순 저녁 식사를 했던 B씨의 모습은 가족들이 기억하는 마지막 추억이 됐다. B씨의 아들은 “사고 전날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바쁘다’고 빨리 끊어버린 게 너무 후회된다”며 오열했다.
이런 가운데 7일 사망자 1명을 제외하고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선 현씨 등 4명의 희생자에 대한 발인이 진행됐다. 현씨와 A씨 등 고인의 관이 운구자들의 손에 들려 나오자 이곳은 통곡 소리로 한동안 울음바다가 됐다.
한편 이천시는 유가족 심리상담 등 사망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정민·박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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