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선한영향력가게
따뜻한 밥 한 끼는 우리에게 행복감과 안도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한 끼의 가치는 그 누구에게나 같지 않다. 밥 한 끼조차 제대로 챙겨먹는 게 힘든 결식아동들에겐 따뜻한 밥 한 끼가 앞으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본보는 창간 34주년을 맞아 지역사회의 결식아동 등에게 밥 한 끼를 아무런 대가 없이 지급하는 선한영향력가게를 조명했다. [편집자 주]
■ 최양국 순대보감 용인수지점 사장 : “어릴 적 소중한 경험 베풀고파”
용인특례시 수지구 풍덕천동에서 순댓국밥집을 운영하는 최양국씨(46)는 2년 전부터 결식아동들에게 희망을 배달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였던 최씨의 친동생은 그에게 선한영향력가게에 동참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고, 그는 동생의 권유를 지체없이 수락했다.
사실 최씨가 누군가를 돕는 일에 선뜻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네 가족은 어릴 때부터 집안 형편이 좋지 못했다. 가난한 목사 아버지 밑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자란 그는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최씨네 주변엔 이들에게 배고플 때 음식을 가져다 주고, 부족한 학비를 빌려주는 주변 이웃이 있었다. 이런 어릴 때의 소중한 경험은 최씨가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됐다.
최씨는 찾아오는 결식아동뿐 아니라 직접 찾아가 ‘사랑’을 전달하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지역 노인복지관에 40~50인분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는 그. 최씨는 얼마 전 가게 옆에 자리 잡은 발달장애인들의 선생님을 자처하기도 했다. 사회로 나가기 전 카페를 운영하며 연습을 하는 이들에게 최씨는 배달 앱 등록방법 등을 알려주며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형편이 될 때까지 남을 돕는 것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최씨. 그는 “음식을 제공하는 게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배가 고픈 아이들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면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수경 보그헤어 서수원호매실점 원장 : “재능기부 통해 행복 전달 보람”
20년 차 미용사인 조수경 보그헤어 서수원호매실점 원장(48)은 지난해부터 선한영향력가게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작년 결식아동을 다룬 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아이들의 안타까운 상황에 가슴이 미어졌다.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조씨는 곧바로 선한영향력가게에 동행을 신청했다.
‘먹고사는 게 우선’인 결식아동들에겐 오히려 ‘뷰티’와 관련해선 접근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조씨. 그는 사춘기 아이들이 또래 집단에 있으며 갖게 되는 꾸미고 싶은 욕구를 아낌없이 채워주고 싶었다. 이 때문에 미용실에 방문한 결식아동들에겐 커트부터 염색, 파마까지 모든 것이 지원되고 있다. 조씨의 미용실엔 또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한 가지 규칙이 있다. 그건 바로 ‘행복이요’란 암호다. 아이들이 선뜻 결식카드를 꺼내기 힘들지 않을까 염려한 그의 따뜻한 배려다.
또 그는 미용실에 찾아 온 소방관들에게도 커트와 두피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개월 전에는 한 소방관이 찾아온 적이 있는데, 땀을 많이 흘리는 직업이다 보니 두피가 많이 상해 있었다. 밤낮으로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소방관의 두피를 정성껏 케어하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방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조 원장은 “남을 돕는 일이 그렇게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가진 재능 기부를 통해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며 “가난은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니고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이기 때문에 주변에 도와주려 애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만큼 힘든 아이들이 언제든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오인태 진짜파스타 대표
전국 1천763곳과 ‘선한영향력’...순수한 공동체로 남을 것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선한영향력가게는 결식아동, 소방관 등을 위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며 도움의 손길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선행은 서울 마포구에서 ‘진짜파스타’라는 가게를 운영하던 오인태 대표로부터 시작됐다. 선한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퍼져나갔고 현재 음식점·미용실·학원 등 전국 각지에서 1천763곳이 참여 중이다. 경기도에선 364곳의 가게가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가장 순수한 공동체로 계속 남고 싶습니다. 아이들도 부담 갖지 말고 찾아가 줬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진짜파스타’란 가게를 운영하는 오인태 대표(37)는 지난 2019년 결식아동 대상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초등학생 아이가 동생과 함께 가게에 찾아 왔다. 경기도에서 파스타를 먹기 위해 서울까지 온 아이들이었다. 오 대표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데만 해도 1시간이 넘게 걸릴텐데, 오 대표의 마음에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할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자신이 진행 중인 무상급식이 전국 곳곳에 퍼지길 희망하는 계기가 된 시점이었다.
시간이 좀 흐른 어느날, 오 대표는 대전에서 장사를 하는 사장님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신도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오 대표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장님들이 많으면 아이들이 1~2시간을 걸려 오지 않고 근처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오 대표는 ‘선한영향력가게’를 모집한다고 SNS에 올렸고, 현재 1천763곳의 가게들이 선한 영향력을 베풀고 있다.
오 대표는 “자발적으로 함께 해주시는 전국의 모든 사장님들에게 늘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선한영향력가게가 처음 생각했던 그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함께 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감시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선한영향력가게가 세월이 흘러도 가장 순수한 공동체로 남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아이들도 부담 갖지 말고 전국 어느 매장이든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정규·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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