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펠로시가 떠나자 중국은 4일부터 7일까지 대만을 포위하는 6개 중점 구역을 설정하여 다양한 훈련을 전개했다. 중국 군용기들이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하고 중국 전투기와 함정들이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인 경계선 역할을 하는 중간선을 넘어 가기도 했다. 심지어 중국 미사일이 대만 본토를 횡단하여 대만 동쪽 해역에 떨어지는 일까지 있었다.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핑계로 전투 태세를 갖추고 적을 기다리는 엄진이대(嚴陣以待)를 넘어 오히려 적을 공격하는 훈련을 감행했다. 중국군 동부전구사령부가 대만 점령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검증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동부전구사령부는 미국의 태평양사령부와 같은 통합전투사령부이기에 예하에 육・해・공군 전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번에 이 전력의 일부를 사용하여 작전계획의 실효성을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관영지인 글로벌 타임스도 이번 훈련을 통일작전 리허설로 규정하고 (대만) 봉쇄, 해협 돌파, 육상타격, 주·야간 합동 정찰, 공중급유, 제공작전 등 다양한 합동작전 능력을 점검했다고 했다.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 약속 기간의 반도 지나지 않아 홍콩을 복속시켰다. 홍콩이 넘어가자 미국 내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넘쳐 나기 시작했다. 홍콩 다음은 대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군뿐만 아니라 민간 연구소도 나섰다. 2021년 7월 하이튼(John E. Hyten) 미 합참 차장은 2020년 10월에 실시한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간 워게임 결과를 발표했다. 시나리오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패배를 자인하면서 새로운 군사전략 수립과 함께 전략에 걸맞은 군사력 건설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미 해군분석센터(CNA)도 2022년 4월, 워게임 결과를 발표했다. 대만 패배로부터 중국군 격퇴까지 4가지 시나리오였다. 미국의 신미국안보센터(CNAS)도 2022년 6월 워게임 결과를 발표하면서 단기전보다는 장기전의 가능성이 높아 양쪽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침공을 억제하기 위해 인・태 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유리하게 바꾸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가정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워게임의 결과는 많이 달랐다.
일본은 올해 7월에 발표한 ‘방위백서’에서 중국이 하이브리드전(인식전)을 통해 대만인을 패닉에 빠트리고 훈련을 전쟁으로 전환시켜 상륙작전을 통해 대만을 점령한다는 3단계 침공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예상대로 중국은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했다. 중국은 지난 6월 대만해협은 국제수역이 아니라 중국이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보유한다는 법률전을 전개했다. 펠로시의 방문에 대해서는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국제 여론을 환기시켰으며 국내적으로 중국의 민족주의를 부추키는 여론전을 전개했다. 또한, 중국은 대만에 대한 경제제재와 함께 사이버전을 통해 대만 총통부망과 국방망 등을 마비시켰다. 이제 훈련을 실전으로 전환시키면 2단계가 진행된다. 러시아도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하면서 훈련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환시킨 바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은 대만 침공 계획을 검증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중국의 훈련을 모니터링하면서 수많은 시나리오를 현실에 맞게 수정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중국은 동부전구사령부 단독으로 대만 점령이 가능한지를 분석해 볼 것이고 미국은 군사력 건설과 함께 인・태지역의 군사력 재편성을 다시 들여다볼 것이다. 한국은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면 안 된다. 후폭풍이 미・중이나 중・대만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태도도 시나리오에 포함시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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