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은 3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작품을 의뢰받은 후 기한에 맞춘적이 거의 없던 레오나르도는‘최후의 만찬’을 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당시 전해지는 일화에는, 레오나르도가 받침대에 올라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며 붓 한번 대지 않고 팔짱을 낀 채 하루 종일 같은 자세로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작품 제작은 지연되었지만 사실상 이러한 사색이 ‘최후의 만찬’에서 나타나는 증오나 분노, 배신, 종교적 계시 등 다양한 은유들이 가능하게 하였다. 그래서 지속적인 복원이 필요할 정도의 희미해진‘최후의 만찬’이지만 작품의 감동은 여전했고, 인간의 천재성이 만들어낸 기적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그림을 단순히 텍스트에 대한 설명이나 종교적 상징을 넘어 예술가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조하였다. 그러한 혁신이 오늘날 예술로서의 미술이라는 체계를 확립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레오나르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림 속에 수많은 은유를 설정함으로써, 그림이 단순히 심미감을 넘어서 ‘예술적 진리’라는 인간 사유의 포괄적인 영역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최후의 만찬’은 템페라 기법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그림의 훼손의 정도가 심해졌다. 그림의 완성 후 수 차례 복원이 이루어졌고 최근의 복원은 1999년에 시행되었다. 이러한 복원을 통해 ‘최후의 만찬’의 음식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빵과 포도주 등의 음식은 분명히 알 수 있는데, 의견이 분분한 것은 도마의 앞에 놓인 접시의 내용물이었다. 명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그 내용물은 생선과 레몬으로 특히 생선은 장어라는 것이었다.
구석기 시대의 벽화에 물고기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인류의 등장과 함께 생선은 인간의 주요 식량원이었다. 로마시대에 대규모 생선 시장이 등장하였고, 많은 그리스 철학자들의 책에는 생선 요리법이 기록되어 있다. 또 카이사르의 승리 기념 연회에는 6천마리의 곰치 뱀장어가 요리되어 식탁에 올랐다는 기록도 있다. 그 외에도 고대 벽화에는 다양한 생선 그림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것이 연어이다. 그리고 송어, 농어, 뱀장어 등이 그 뒤를 따른다. 연어는 예나 지금이나 귀족 생선이었다.
일단 최후의 만찬에 물고기가 사용된 것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 신의 아들, 구원의 주(lesus Critus Theoun Uios Soter)의 첫 글자를 이으며 ‘이쿠타스(ICTUS)’로 물고기를 뜻하는 말이 된다. 즉 생선이 곧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생선은 물밑에 있다가 떠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뱀장어일까?
레오나르도는 일상사와 여러 가지 생각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현재 남아있는 메모 수첩은 약 4천장에 이른다. 여기에는 일기와 그림들, 다양한 어록들이 전해진다. 이 수첩들 중에 레오나르도가 뱀장어를 사서 제자들과 먹고 그것을 그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복원된 그림의 생선은 껍질은 미끈미끈하고 둥글게 토막 친 것처럼 보인다. 레오나르도는 다양한 직업을 가졌는데 그 중의 하나가 요리사였다. 직접 음식점을 운영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뱀장어 요리 역시 레오나르도가 즐겨 요리하던 재료로 예수의 생존 시대와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요리된 뱀장어 그림을 그렸다는 추측이 있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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