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에 책임 돌리는 선진국...이익도 땅이 주어질 때 가능한 것 종이 빨대·무라벨 페트병 사용 등 기업 움직임… 동기 강화 효과적
지구의 환경오염 문제는 수십년 동안 풀지 못한 우리의 숙제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인류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존재하듯 지구는 날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인류는 이러한 발전과 함께 찾아온 환경오염을 막고자 노력했지만 과연 정말 효과 있는 노력을 했을까?
매년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에서는 지구의 재생산 가능한 자원보다 더 많은 양의 자원을 소진하는 날을 발표한다. 올해는 7월13일이 생태 적자의 시작 일이라고 발표했다. 즉, 지구가 1년 동안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은 아직 한 해가 4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끝났다는 뜻이다.
지구가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인류는 이를 막기 위한 여러 시도를 했다. 1987년 몬트리올에선 오존층 파괴 물질 생산과 사용을 감축하기 위한 ‘몬트리올의정서’가 발표됐다. 1997년 교토에선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국가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는 내용의 ‘교토의정서’가 발표됐으나, 선진국의 발 빼기로 인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2015년이 돼서야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한 전 세계의 기후 변화 대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러한 국제적 노력이 환경 보호에 효과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산업이 발전하고 그에 따라 협약 내용을 수정하거나 개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협약은 환경 보호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국가들 탓에 여러 번 진행하게 된 것이다.
1997년 교토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이 결국 환경 파괴에 대한 책임을 개발도상국에 돌리려 했다는 게 합리적 의심의 이유다. 바다로 가라앉는 국가로 유명한 투발루는 정말 투발루 내 환경 파괴로 인해 가라앉고 있다고 누구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인구도 많고 산업도 훨씬 발전한 거대 국가는 멀쩡한데 그에 반해 인구도, 산업 규모도 몇 배나 작은 국가가 환경 파괴에 일조했을까? 선진국들의 무자비한 환경 파괴의 영향이 개발도상국들이 돌려받는 상황임이 너무나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러한 문서적 노력은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각 개인에게 그 위험성을 체감하기에는 너무나 먼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에 여러 기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2018년 9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처음에는 “휴지 맛이 난다”며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으나 사람들은 곧 환경 보호에 동참했다. 이러한 변화에 스타벅스는 일회용 빨대 사용량이 월평균 1천500만 개에서 750만 개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제품도 있었다. 바로 롯데 칠성의 아이시스 생수다. 2020년 출시된 우리나라 최초의 무라벨 생수이며 출시 초기에는 유통기한 같은 필수 표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라벨이 아닌 페트병 자체에 쓰여 있어 문제가 없었다. 이 상품을 통해 사람들은 라벨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환경오염은 전 세계 문제인 만큼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 사람은 어떠한 노력에 대한 성취가 눈에 보이거나 즉각적인 변화로 나타날 때 그 동기가 더 강해지고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도 작다. 그래서 기업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져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소비자에게는 바람직한 소비자가 됐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데다 환경 보호라는 이미지와 수익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위기는 순서의 문제가 아니다. 자국의 이익도 결국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땅이 주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올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 총회에서는 지구의 위기를 극복하고 각국의 이익을 따지지 않는 대책이 발표됐으면 좋겠다.
김시연 용인 서원고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