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잘알못(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시작이 어렵다. 배드민턴, 헬스, 요가, 홈트 등 무엇인가를 작심하고 시작해도 몸에 습관으로 붙이지 못하고 실패한다. 집에 쌓여가는 운동복과 운동 장비들을 볼 때마다 자괴감만 커진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같은 것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그들과의 약간의 경쟁. 항상 실패만 하던 ‘무언가’를 해낼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그들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문토(MUNTO), 프립(FRIP), 남의 집, 카카오 오픈채팅, 네이버톡, 밴드 등 이른바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이다.
카카오톡의 전체 대화량에서 지인이 아닌 관심사 기반의 채팅 방식인 오픈채팅 비중이 최대 40%에 달한다고 한다. 2018년에 10% 수준이었다고 하니 큰 변화이다. 문토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300% 이상 성장했다.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는 익명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접근하기에는 심리적 장벽이 있다. 그러나 이런 장벽은 드라마 등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되기도 한다.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에 등장한 ‘동네친구24’라는 앱은 동네 사람들이 함께 운동도 하고, 배달도 하고, 사람도 찾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문화는 전 세대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외로움도 많이 느끼고, 티키타카 수다를 나눌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곳은 매일 안부를 물어 주는 사람들, 다양한 이야기거리, 적절한 정보, 간헐적 오프라인 만남이 있다.
문제는 위험성을 어떻게 제거하느냐이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는 두 가지 중대한 위험이 수반된다. 하나는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을 찾지 못하는 경우이다. 다음으로는 원하던 내용이 아님에도 마음을 뺏길 수 밖에 없는 너무나 매력적인 쓰레기들과 마주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익명성이 강조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확인했듯이 성희롱, 성착취, 혐오발언 등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이든 어른이든 보지 않게 하고, 사용하지 않게 한다고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도구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캐나다의 미디어 철학자인 마셜 맥클루언은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그 후에는 그 도구가 우리를 만든다”고 했다. ‘지식의 미래’를 쓴 데이비드 와인버거는 “방 안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앞에서 우리에게 강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또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지혜도 아니다. 방에서 가장 똑똑한 것은 ‘방’ 그 자체”라고 했다.
정보들이 매력적인 쓰레기 더미가 되지 않도록 플랫폼 기업에 끊임없는 조치를 요구해야 하고, 사용자는 다양한 미디어교육을 통해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매력적인 쓰레기 더미를 잘 가려낼 수 있도록.
최지안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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