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비, 헹, 분, 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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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태 수원가톨릭대 교수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 받으소서」을 반포하며 전 세계의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였다.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 기후 위기는 단지 한 종교지도자의 주장이 아닌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분석한 「1.5도 특별 보고서」에서도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하게 되면, 지구는 원래 기후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탄력을 잃어버려 결국 지구의 모든 생태계가 파국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세계적인 분석 기관인 ‘기후 행동 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우리나라를 세계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지적하였다. 즉 우리나라가 기후 변화에 무감각하고 나태한 국가라는 의미다.

교황은 기후 위기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 “버리는 문화(「찬미받으소서」 22항)”을 지적한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문화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유용하게 만들지만,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를 양산하고, 급기야 물건을 쉽게 쓰레기로 버리는 문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교황은 이러한 문화로 인해 물질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인간의 인권과 의식, 그리고 감성까지도 쉽게 버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럼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성경에 지혜를 청한다면, 바로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씀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삶과 죽음은 자연 생태계의 순환 과정임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식물은 초식 동물에게, 초식 동물은 육식 동물의 먹이로, 육식 동물의 배설물은 다시 새로운 식물을 자라게 하는 양분으로 순환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학 시절, 독일에서 믿을 수 없는 재활용 제도를 만나게 되었다. 일회용 제품을 줄이기 위해 용기에 보증금을 매겨 반납하는 일명 판트(Pfand)라는 보증금 환급 제도였다. 비닐뿐만 아니라 페트병과 캔, 유리로 만들어진 용기도 마트에 비치된 수거 기계에 넣으면 하나당 최대 50센트(대략 700원)를 돌려받는다. 독일은 이러한 자원 순환적 생산 방식을 채택하여 2019년 페트병의 재활용률이 거의 10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자원순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일명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줄이고, 사용한 폐기물에 대해서는 재사용 또는 재생 이용하며, 불가피하게 남은 폐기물은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아직 미흡한 점들이 많다. 많은 이들이 쓰레기처리에 대해 아직도 ‘분리배출’이 아닌 ‘분리수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재활용 가능한 배출물을 수집·선별하는 정부 혹은 지자체 지원 선별장이 부족하며, 아직도 투명 페트병과 다른 플라스틱과 혼합 배출하여 고품질 재활용품 생산이 제한적이다. 이러한 점들을 보완하고 개선한다면 분명 작지만 소중한 노력이 모여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선순환을 위한 캠페인, 일명 “비, 헹, 분, 석”을 몸소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바로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는 분리배출!”

김의태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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