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민주적 학교 운영 유지...道미래교육 성공 지름길

‘미래교육국’ 조직 개편 구체화
예산계획 착착...교육정책 밑그림
최일선 현장 교사 존중문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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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덕연(양평 조현초 교장)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미래교육호가 출항했다. 임태희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 후보 시절부터, 당선돼 집무를 한두 달여 기간까지 경기교육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수면위로 드러난 9시 등교제 폐지나 원활한 아침 급식 제공 문제는 그렇다치고, 초미의 관심은 지난 십여 년간 강력하게 추진해온 혁신학교 정책의 변화이다. 미래교육은 혁신교육 정책을 계승·발전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변화·발전해 온 경기도 혁신교육 정책은 자생적 학교살리기 교사운동에서 출발해 밑으로부터의 학교 혁신을 교육청에서 받아들여 펼친 것으로 대한민국 교육 지평을 바꾸었다. 또한 교사들이 수업의 주체성을 갖는 수업혁신,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해 보려는 노력, 구성원이 함께 스스로 공부하는 전문적학습공동체 형성은 이제 학교문화로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학교문화는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학교자치와 자율성 그리고 책무성에 기초한 자율학교가 기반이 되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혁신문화 뿌리가 깊이 자리잡은 학교는 학교혁신정책이 바뀐다 해도 계속 유지해 나갈 힘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미래교육, 미래학교보다는 ‘혁신미래교육’, ‘미래혁신교육’이란 용어를 사용한다면 혁신교육과 미래교육이 연착륙하는 데 멋진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경기도 미래교육 그림은 조직개편 모습과 예산계획으로 구체화된다. 경기도교육청에는 미래교육국이 있다.

미래교육은 미래교육국에서 총괄하는 모습이 좋을 듯하다. 이번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도교육청 조직조례 개정안을 보면, 그렇게 많은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듯하다. 전국에서 제일 큰 경기도교육청 조직개편이 쉽지는 않겠지만, 경기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미래교육국의 하는 일과 조직이 어떻게 개편될지 관심이 많았다. 미래교육을 강조한 임 교육감의 미래교육에 대한 의지를 볼 수 있는 면이 아닐까 기대했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좀 더 멋진 경기도교육청 조직체계를 기대한다. 조직구조를 보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정책은 인사와 예산계획으로 추진된다. 정책추진에 알맞은 사람과 필요한 사람을 널리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예산이나, 시설이나 정책기획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사정책의 실패는 많은 고통을 가져온다. 가장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2023년 교육정책을 추진하려면 지금 예산계획을 세운다. 벌써 많은 논의 속에 예산계획이 진행될 것이다. 2023년 경기도교육청 교육예산을 수립하고 경기도의회에 제출하기 위해서 한창 바쁠듯하다. 2023년 예산안 제출은 앞으로의 교육정책이 어떤 모습일지 가늠하는 일이다.

미래교육상을 선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살아갈 미래사회 모습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풍부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준비할 수 있는 미래교육을 교육주체들이 공동의 노력으로 함께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 다른 미래사회상을 먼저 선명하게 그리고, 이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저마다 제 보는 관점에서 다 다르면 곤란하다. 봉황을 그리려는데 저마다 닭이나 꿩을 그려서는 안 된다. “그리다 보니 공작새 되었는데 이만하면 되었다”라고 만족해도 안 된다. 고스란히 자라나는 학생들의 고통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옛날 ‘열린교육’의 실패를 잘 알고 있다. 벽을 허물고, 다양한 학습형태를 제시하고, 많은 연수를 통해 열린교육 붐을 이루었지만, 하루아침에 정책이 사라졌다. 벽을 다시 세우고, 또 다른 학습모형을 제시해 우르르 몰려갔다. 미래교육도 열린교육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점차적 역량 확대를 해 나가야 한다. 미래교육에서 제시하는 방법과 형태, 모습보다는 학교 경영철학과 가르치는 교사 삶이 바뀌는 미래교육 철학이 새롭게 형성되고 밑받침돼야 한다. 사람의 삶 철학이 바뀌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내 몸에 밴 삶 모습에서 깨닫고 새로운 가치를 얻는 일이다. 보고서나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는 겉 행동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바뀌려면 깨달음과 감동이 있어야 한다.

교육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일이다. 교육현장 최일선에서 묵묵히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사들을 믿어줘야 한다. 교육청은 학교를 믿어야 한다. 학부모는 교사를 믿어야 한다. 대한민국 교사들은 세계적으로 우수하고 유능하며 책임감 강하다. 열정을 갖고 헌신한다. 그런데 제일 믿어주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야 할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 이래라저래라 간섭한다. 꾸준히 지켜봐주지 못한다. 돈 안 들이고 최대의 효과를 가져올 정책이 교사존경문화이다. 미래교육을 성공하려면 교사에게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미래교육은 천천히 가야 한다. 현실을 두 발로 굳건하게 딛고 가야 한다. 조급하게 쏜 화살은 제대로 과녁까지 갈 수가 없다. 천천히 가는 과정이 바로 교육이다. 그래야 좀 처지는 학생도, 좀 빠른 학생도 함께 갈 수 있다. 충분하게 쇠를 달궈야 강한 쇠도 무르게 하여 원하는 모습을 만들 수 있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 자연스럽게 많은 물줄기가 깊은 강으로 흘러들어 올 것이다. 그 꼬물거리는 작은 물줄기의 자생성을 믿으며 기다려줘야 한다. 조급하여 ‘빨리 빨리’ 를 외친다면 분명 대부분 사람들은 좋은 일도 대충 할 것이다.

경기미래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충분한 여유를 갖고 수다를 떨면서 함께 가야 한다.

교육구성원의 수다는 쓸데없는 이야기 같지만 다 교육적 이야기다. 수다는 소통이다. 수다는 먼 길 함께 가는 친구다. 수다는 평등할 때 이뤄진다. 교장이라고, 교육장이라고 내세우면 수다를 멈춘다.

임덕연(양평 조현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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