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왕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캐셔(계산원)로 근무했다는 김혜순씨(62·여·가명). 김씨는 10년 넘게 캐셔로 일한 베테랑이었지만 지난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셀프계산대 도입 후 재고 정리 파트로 근무지가 변경되고 건강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당시 2~3년은 더 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창고에서 근무하면서 관절 등에 무리가 가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근무지 이동 전까지 12개의 계산대에는 6명의 직원만 남아 있었다”며 “60세 넘은 사람을 하루아침에 재고 정리 파트로 옮긴 것은 일을 그만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2. 현재 아이돌보미로 활동 중인 오경자씨(58·여·가명)도 2년 전까지 안양시내 대형마트의 캐셔였다. 오씨는 셀프계산대가 들어오고 나서 업무 강도가 더 강해졌다고 전했다. 손님이 많은 저녁시간, 주말 등은 유인 계산대 앞에도 대기 줄이 길게 형성이 되는데, 그 상황을 응대하면서 셀프계산대 이용 고객들의 문의도 받아야 했다. 또 셀프계산대 사용을 어려워하는 나이 많은 고객을 돕다 보면 결국 대신 계산을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그는 “기다리는 손님이 많을 땐 대기 고객 응대도 바쁜데 셀프계산대에 익숙하지 않은 분을 도와 드려야 해 일은 2배가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형마트를 비롯해 유통업계에서 증가하는 셀프계산대가 현장 직원의 일자리를 대신하면서 캐셔들이 실직 위기에 내몰리고, 높아지는 업무 강도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2018년 셀프계산대를 처음 도입한 이후 4년 만에 1천대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도내 이마트 캐셔 사원 수는 지난 2018년 1천859명에서 올해 1천530명으로 4년새 329명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롯데마트는 지난 2017년 셀프계산대를 처음 도입했으며 홈플러스는 지난 2005년 구매 품목의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처음 도입 후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유통업체들이 셀프계산대 비율을 높이는 이유는 인건비 상승과 편의성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비용이 올라가자 무인화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과 1인 가구 증가가 가속화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김영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형마트가 인력을 줄이는 배경에는 셀프계산대 등 디지털 기술 도입이 있다”면서 “마트 산업 노동자의 일자리는 미래가 있는 일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셀프계산대는 고객 선택권을 넓히고 고객 편의성을 위해 도입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쇼핑이 확산하면서 선호하는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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