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군서 발병 확인...여주 등 인접농가 ‘노심초사’ 사료비 부담 속 생존권 위협...道 “확산 저지 방역 강화 최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강원도와 인접해 있는 경기지역 양돈농가들이 3년 전 악몽을 떠올리면서 확산 공포가 재현될 수도 있다며 연일 노심초사하고 있다.
22일 경기도와 도내 양돈농가에 따르면 지난 18일 5천600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는 강원도 양구군의 한 농가에서 ASF 발병이 확인됐다.
이 같은 소식에 여주시 북내면의 한 농가는 약 3천500마리의 돼지가 사는 사육장에 대해 기존 일일 1회였던 소독을 하루 2~3차례로 늘렸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거점 소독 시설을 통해 이곳을 드나드는 축산 차량에 대한 방역도 병행 중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과 비교, 1㎏당 470원이었던 사료 가격이 주 원료인 옥수수 수입가격 상승에 따라 780원으로 치솟는 등 양돈업계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 농가는 직원들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인력 공백마저 겪고 있다. 이런 마당에 ASF가 터진다면 돼지들이 살처분돼 생존권을 위협받을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다.
농장주 최태준씨(58·가명)는 “농장주들끼리 SNS를 통해 방역 수칙을 공유하고 있으나 스마트폰을 잘 다룰 줄 모르는 일부 고령의 소규모 농장주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할까봐 걱정”이라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질 경우 농가들은 다 죽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9년 10월 ASF 발생으로 자식과 같은 돼지들을 묻은 연천군 축산농가들 역시 비상이 걸렸다. 20여일 남은 추석 연휴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되자 전곡읍의 한 농가는 철저히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양평군의 양동면과 가평군의 가평읍의 농가들도 지자체의 방역 수칙을 숙지한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욱이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조사 결과, 지난해 도내에선 최대 3천807마리의 야생멧돼지가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ASF가 해당 동물로 인해 전염되는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경기지역 농가들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에 도는 시·군 포획단 운영 및 울타리 설치 등으로 야생멧돼지로 인한 ASF 확산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양구군 발생 농가 10㎞ 이내에 있는 도내 양돈농가를 점검한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방역을 강화해 도내 확산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경기도내 1천73호 농가가 200만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17일 전국 최초로 파주시에서 ASF가 발생, 도내 축산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류진동·황선주·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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