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 직원’ 사무국장으로 재고용...인천 여성協 도덕적 해이 ‘논란’

2016년 재임때 보조금 빼돌려 집유 선고받아 지난 1월 재선임에 ‘범행 반복’ 우려 목소리
“정부 지원 받는 단체… 범죄자 채용 안돼”, 협회장 “횡령액 모두 변제 정관상 문제 無”

인천의 한 여성협회가 업무상횡령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전 직원을 또다시 고용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A여성협회 등에 따르면 이 협회는 지난 1월 B씨(50·여)를 사무국장으로 채용했다. B씨는 지난 2016년 이 협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보조금 등 5천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월에 1년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판결문을 보면 B씨는 2015년 A협회 사무실 면적을 축소하면서 감액된 임대차보증금의 차액 1억5천여만원 중 반환받은 돈 4천400여만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쓴 혐의를 받았다. 또 차액 중 1천여만원을 인출해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 횡령한 혐의도 있다.

당시 재판을 맡았던 강부영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B씨가 자신이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던 단체의 공금을 보관하던 중 이를 임의 소비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당시 지회장의 허락을 받고 범행에 이르러서 횡령의 범의가 미약하고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A협회에서 경리 및 회계업무를 총괄하는 B씨는 횡령으로 판결 당시 양형 이유에 명시한 것처럼 ‘지회장의 허락을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 언제든 지회장이 지시를 내리면 이 같은 범행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에선 A협회가 비영리민간단체로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지만, 정부와 인천시가 일부 예산을 지원하는 만큼 횡령을 한 이를 다시 채용한 것만으로도 협회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는 1999년부터 민간보조사업을 통해 A협회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도 비영리민간단체 사업비로 A협회에 연간 2천만원을 지원하고, 국비와 시비 매칭으로 사무실을 제공했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채용이라 하더라도 업무상 횡령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람을 다시 채용한 것만으로도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일반기업의 경우 취업규칙 등에 횡령 등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할 정도인데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는 단체에서 횡령을 저지른 사람을 다시 채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A협회 회장은 “이미 수년 전 일어난 일이고, (B씨를 다시 채용하는 데) 정관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당시 횡령한 돈도 모두 변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B씨의 입장을 듣고자 A협회 관계자에게 전화 연결 등을 요청했지만, “B씨가 억울해하고 있지만 할말이 없을 것 같다”며 거부했다.

이민수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