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 모녀 비극’을 지자체 책임으로 볼 수 있을까. 복지 사각지대라는 포괄적 개념으로는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행정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5월부터 두 달간 ‘제3차 복지 사각지대 발굴 확인 조사’를 했다. 복지 혜택이 절실한 빈곤층을 찾기 위한 조사다. 매년 6차례씩 시행되고 있다. 이때 대상을 정하는 위기 정보는 건강보험료 체납, 단전, 단수 등 34가지다. 현장 행정에서 검수하는 가장 섬세한 시스템이다.
544만명이 위험군이었고, 그중 20만5천748명이 고위험군으로 추려졌다, 각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가동됐다. 여기서도 1천177명이 빠져나갔다. 주소지에 살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수원 세 모녀의 경우다. 주소지를 담당 공무원이 방문했지만 허사였다. 이쯤되면 현행 행정 시스템을 근거로 화성시의 잘못을 지적하긴 어렵다. 실제 거주지인 수원시 행정에 책임을 묻는 것은 더더욱 제한적이다. 그러면 이 구멍을 어쩔 것인가.
우리는 그 대체 제도로 반상회 활성화를 들까 한다. 완벽하지는 않으나 보완제로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본다. 반상회는 우리의 것이다. 조선시대 오가작통법이 역사의 시초였다. 중앙정부와 사림, 백성을 연계시키는 제도였다. 17세기에 자리를 잡아 대한제국 시기까지 이어졌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의 통치수단으로 ‘반’이 악용됐다. 해방 이후 민초 조직으로 이어지다가 새마을운동 이후 국민적 조직으로 크게 활성화 됐다. 2000년 이전까지였다.
이 반상회가 정작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존재감을 잃었다는 건 아이러니다. 정부 정책의 일방적 홍보 수단 등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면서다. 현재는 사실상 소멸됐다시피 하다. 무엇보다 행정에서 손을 놓았다. 주민 자치를 담당하는 부서가 다루는 조직은 통장까지다. 반장에 대한 관리, 지원, 파악은 없다. 반상회는 아예 행정 목적에서 사라진 개념이다. 반상회의 조직, 개최 여부를 파악하는 통계조차 없다. 공무원이 ‘반상회 업무는 없다’고 한다.
한 수 더 떠 아예 반상회를 금지하는 법률도 있다.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4항이 ‘선거 기간 중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반상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옳은가. 때마침 참고할만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난 21일 있었다. 동법 제103조 제3항(누구든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에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당연히 제4항(반상회 금지)도 문제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관심이 없다.
반상회 부정적 요소는 ‘우려’다. 세 모녀 참변은 ‘현실’이다. ‘우려’가 있다고 ‘현실’을 방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공무원이 챙길 수 없음이 명확하다면, 그래서 민간의 영역에 기대야 할 것이 불가피하다면 그 대체재로 ‘반상회’가 있다. 시장, 군수가 결심하면 이달부터 반상회는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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