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는 신기한 곳이다. 평상시의 ‘나’와 잠시 이별한 뒤,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고 만나는 기회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가 무대에 설 기회가 생겨도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이 더욱 특별하게 빛나는 게 아닐까. 일상을 잠시 접어둔 채 무대로 올라가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 수원시립공연단 시민아카데미 6기 수료생들의 이야기다.
지난 27일 오후 3시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나도 연기를 배우다’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연극을 선보인 사람들은 남녀노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두 달 남짓의 준비 기간이라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한 편의 연극을 온전히 소화해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왔다.
첫 번째 연극은 우스꽝스러운 풍자가 가득한 코미디극 ‘수업료를 돌려주세요’였다. 실직자 ‘물짱구’가 예전에 졸업했던 학교를 찾아와 제대로 배운 것이 없다며 수업료 반환을 요구하자, 이에 대응하는 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을 그려낸 연극이다.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공연인 만큼 은종훈(교장 역), 이수빈(물리선생 역) 등의 출연진들은 ‘말 맛’을 한껏 살린 대사와 아마추어답지 않은 능수능란한 임기응변으로 관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공연은 세 편의 연극 ‘기선제압’, ‘생선향기’, ‘트루먼쇼’로 구성된 옴니버스 연극 ‘생선향기’였다. 주변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의 삶, 서로의 인생을 돌아보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 시간대, 꿈과 현실 등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으로 풀어낸 연극이다. 박복남(어머니 역) 등의 배우들은 세 편에 모두 출연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객석을 휘어잡는 학생 배우들의 눈물 연기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화기애애한 공연장의 분위기였다. 관객들은 시민 배우들이 대사를 머뭇거릴 때 마다 애정 어린 환호성과 박수로 무대 위 배우들을 격려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신연희씨(64)는 “무대 위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배우들을 보니까 내가 오히려 뿌듯하고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며 “프로 배우들의 연극을 볼 때와 다르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더 보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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