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권장·지원에 냉동탑차·택배 트럭 등 차량 교체했지만 정작 인프라는 ‘바닥’… 거래처·아파트 시설 이용 완충 어려워 전체 전기차의 16.8% 차지… 市 “급속 충전시설 등 적극 확충”
“정부가 전기화물차 구입을 권유하고 지원까지 해줘서 바꿨는데, 충전할 때마다 눈칫밥만 먹고 있어요”
인천에서 냉동탑차를 운행 중인 A씨는 최근 정부와 인천시로부터 약 1천50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경유차에서 전기차로 바꿨다. A씨가 구입한 전기화물차를 충전하려면 주행충전 뿐 아니라 냉동칸 온도 유지를 위한 충전까지 2개의 충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A씨는 거래처를 방문했다가 충전기 1대에 차량 2대 충전이 가능해 2개의 충전기를 모두 사용했다가 관리자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1개만 사용해야 다른 전기차도 충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동시에 충전하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 어쩔 수 없이 2개의 충전기를 모두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전기화물차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눈치보지 않고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1t트럭으로 택배업을 하는 B씨는 운행을 위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전기 충전시설을 이용하지만, 매번 충전 규정을 어기고 있다. 완속충전시설 14시간의 규정을 지켜야 하지만 이 시간으로 충전하면 완충이 되지 않아 연속 충전을 할 수밖에 있어서다. 관리사무소가 이러한 행위는 ‘비매너 충전’이라는 안내문을 붙인 바람에 최근엔 완충하지 못한 채 차를 몰고 나온다. B씨는 “100㎾ 배터리가 탑재돼있어 14시간 충전으로는 절대 완충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정부와 지자체가 경유화물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화물 전용 충전 인프라가 턱 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현재 인천지역 전기화물차는 총 3천80대로, 전체 전기자동차 1만8천329대의 16.8%를 차지한다. 또 충전시설은 급속 664개, 완속 4천975개 등 총 5천639개 규모다. 하지만 전기화물차 전용 충전소는 단 1곳도 없다.
문제는 전기화물차는 1t급 소형트럭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전용 주차장이 아닌 승용차와 같이 거주 지역에 주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기화물차와 전기승용차가 같은 곳에서 충전할 수밖에 없어 충전기 점용 등을 두고 주민간 갈등을 야기하는 실정이다.
이는 전기화물차의 주행거리가 많아 잦은 충전이 필요한 결과다. 60kWh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화물차는 1회 완충 시 약 200㎞만 주행할 수 있다. 이는 물건을 적재하지 않았을 경우로, 화물을 실으면 주행 거리가 더 줄다. 전기화물차는 영업을 목적으로 운행하기에 일반 전기승용차보다 주행거리도 많아 충전을 자주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와 시가 나서 전기화물차가 이용할 수 있는 충전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전기화물차 수를 늘리는 데에만 집중하지 말고 인프라 개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2023년 4월부터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라 경유사용 소형택배화물 차량 신규 등록이 금지되고, 2024년부터는 현대 및 기아 화물차 제작사들이 경유차 생산 중단을 추진해 전기화물차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충전 대란은 계속해서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충전시설 중 특히 급속 충전시설을 확충하는 지원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급속 충전시설 지원 수요조사를 통해 사업성을 확보하는 등 시설을 적극 발굴해나갈 계획”이라며 “2026년까지 약 1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천200개의 충전시설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김해갑)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전기차충전시설을 화물차공영차고지, 화물차휴게소에 추가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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