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한반도 뿔공룡 화석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일대는 원래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갯벌이었다. 1994년 바다를 가로막은 시화호 방조제가 생기면서 육지가 됐고, 지금은 드넓은 초원이 됐다. 간석지 조성으로 갯벌에 바닷물이 빠지면서 1억 년 전 백악기시대에 살았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됐다. 갯벌 속에 잠들어 있던 공룡알 화석은 200여 개가 확인돼 한반도가 세계적인 공룡알 화석지로 알려지게 됐다.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지역은 중국·몽골 등이 대부분으로 이곳처럼 많은 화석이 한꺼번에 발견된 것은 드문 사례다. 여의도 면적의 2배에 이르는 15.9㎢의 간석지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지금도 발굴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갯벌 속에 더 많은 화석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 공룡알 화석산지가 특히 주목 받는 건, 한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뿔 달린 공룡(角龍)’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2008년 화성시에서 나온 각룡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골격 화석을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공룡 골격 화석이 천연기념물 지정 절차를 밟는 건 처음이다. 이 화석은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센터에 전시 중이다.

뿔공룡 화석은 당시 화성시청 공무원이 전곡항 방조제 주변을 청소하던 중 발견했다. 몸길이가 약 2.3m로, 약 1억2천만년 전 중생대 전기 백악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엉덩이뼈와 꼬리뼈, 양쪽 아래 다리뼈, 발뼈 등 하반신 골격 구조를 제자리에 갖춘 모양새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남은 골격으로 미뤄 두 다리로 걸어 다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위원인 이융남 서울대 교수가 후속 연구를 통해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각룡으로 국제 학계 공인을 받았다. ‘화성에서 발견된 한국의 뿔공룡’이란 뜻을 지닌 라틴어 학명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가 붙여졌다. 이 교수는 화석의 골격학 조직 연구를 통해 공룡이 대략 여덟 살에 숨졌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멀고 먼 옛날에 뿔 달린 공룡이 풀밭을 거닐었다는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화성시는 뿔공룡 화석과 공룡알 화석산지를 자연학습장이자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