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널리 유행했던 유머가 있다. 한강에서 배를 타고 가는데 어쩌다 배가 뒤집혀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물에 빠졌다. 그런데 재빨리 달려온 구조대원이 허우적거리는 사람 중에 국회의원을 제일 먼저 구조해 사람 차별하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그러자 구조원이 이렇게 말했다. “국회의원은 썩은 곳이 많아 빨리 구조하지 않으면 한강이 오염되기 때문에 그렇게 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 국회의원, 수녀님, 중학교 학생, 이렇게 세 사람이 타고 가던 경비행기가 사고가 생겨 비상탈출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낙하산은 2개뿐이라서 한 사람이 문제였다. 이때 국회의원이 “나는 나라를 위해 맨 먼저 살아야 한다”면서 중학생이 메고 있던 책가방을 빼앗아 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 그 국회의원은 중학생의 책가방을 낙하산으로 착각하고 그렇게 한 것이다. 그래서 수녀님과 중학생은 각각 낙하산을 메고 쉽게 탈출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국회의원이지만 그들에게 주어지는 대우는 엄청나다. 월 690만원이 넘는 일반수당, 62만1천원의 관리 업무비, 14만원의 정액 급식비, 31만원의 입법 활동비, 그리고 추석 같은 명절이 끼어 있으면 명절 휴가비로 82만8천원을 받는데 모두 합하면 월 평균 1천285만원 상당이 꼬박꼬박 지급된다. 이와 같은 금전적 대우 말고도 연봉 8천500만원 상당의 보좌관, 보좌진 등 9명까지 둘 수 있는 등 갖가지 특혜를 고려하면 국회의원처럼 좋은 직업은 없을 것이다.
이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참으로 억울할 수도 있다. 특히 국회를 열지도 않고 시간만 보내거나 여·야 싸움만 하는데도 이런 대우를 해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무노동 무보수’의 노동원칙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아니 이보다 국민의 속을 후벼 파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들이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사당동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나가서는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수재민은 물론 국민의 분노를 사게했다. 경제위기로 국민들 삶이 너무 힘든데 말로만 ‘민생’을 외치면서 권력싸움에만 몰두하는 국회의원들은 또 무엇인가?
민주당은 소위 ‘검수완박’법을 감행 처리하면서 ‘위장탈당’의 꼼수까지 보여주더니 이제는 당직자가 기소되면 그 직무가 정지되는 당헌 개정을 추진하다 마지막 단계에서 막히는 것 같더니 또 꼼수가 등장했다. 왜 그런 꼼수를 생각했을까? 누구를 위한 꼼수일까? 이래도 사당이 아니라 공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가 자기 당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거는 우리 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자당의 ‘윤핵관’을 비난하고 대통령에게까지 화살을 겨누었다. 참으로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물론 이준석 전 대표는 1차 법정싸움에서 가처분이 받아들여져 승리를 얻었고 당은 혼란에 빠졌지만, 과연 이번 승리가 그의 정치미래까지 승리를 보장해 줄까?
그렇다. 이것이 정치인의 추태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에 무관심하고 심지어 정치 혐오증까지 발생하게 된다. 여론 조사 때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버리는 무응답자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대답조차하기 싫은 것이다. 하지만 정치 혐오자가 됐건, 정치 무관심자가 됐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정치의 영역에서 벗어 날수 없는 게 현실이다. 당장 우리 주머니에서 지출될 세금문제, 주택 문제, 국가안보 문제, 인권 문제 등, 우리 삶 전체가 정치의 영역에 들어있고, 정치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정치인이 밉더라도 우리는 눈 부릅뜨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에게 지불되는 많은 비용도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가 발명한 정치제도 중 가장 훌륭하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비용으로 생각하면 된다.그런 다음 국민은 투표로 심판하면 되는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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