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북극권 특사

북위 66.5도 위쪽을 북극권이라고 부른다. 하지(夏至) 때 태양이 지지 않는 백야(白夜) 현상과 동지(冬至) 때 태양이 뜨지 않는 극야(極夜)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북극권은 대부분 바다(북극해)다. 사람이 살기 어려워 주목받진 못했지만 현대에 들어와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북극권을 경유하면 다른 위도대로 가는 것보다 훨씬 거리가 짧다.

▶미국과 소련이 북극권 선점을 위해 벌였던 군사경쟁은 치열했다. 이곳을 확보하면 북반구 모든 지역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어서다. 석유·천연가스·우라늄 등 막대한 자원 매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이 북극권에 특사를 신설한다고 외신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무장관 조언 등을 거쳐 북극권 특사를 임명해 기존의 북극권 조정관직을 격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 및 북극권 동맹과 파트너와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1993년부터 북극권 현안에 깊게 관여해 왔다. 이번 조처는 패권다툼이 가열되고 있는 북극권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몇년 새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가 개척됐다. 이에 따라 경제는 물론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도 나섰다. ‘근(近)북극권 국가’를 자처하며 연구기지를 잇달아 세우는 등 영향력 확대를 모색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과 북극권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북극권을 남의 나라 얘기로만 외면할 수 없다. 지구촌은 시시각각으로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여년 전 조선 후기 효종의 북벌론 명분은 멸망한 명나라 원수 갚음이었다. 관념만 있던 비생산적인 북벌론이었다. 앞으로는 실용주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북극권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위해서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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