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라디오의 부활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습니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 영국 뉴웨이브 밴드 버글스의 ‘Video kill the Radio Star’ 노랫말이다. 발표한 연도가 1979년이니 벌써 43년이 지났다.

▶오디오시대의 종말이 메시지였다. 실제로 이듬해부터 국내에도 컬러 TV가 보급되면서 라디오는 쇠락의 길을 걸어갔다. 신문 기사보다는 TV 뉴스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르면서 또 다른 변화가 일고 있다. 스마트폰이 TV를 갈아 치우고 있어서다. 주말의 거실 모습이 이를 입증해준다. 기성세대는 고집스럽게도 거실에서 TV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MZ세대는 스마트폰으로 관심 있는 콘텐츠들을 즐긴다. TV 화면을 바라보는 기성세대가 답답해보일 정도다.

▶최근 스마트폰을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인식하는 국민이 70%를 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전국 4천236가구의 만 13세 이상 남녀 6천834명을 방문해 면접 조사한 결과다. 스마트폰을 일상생활 필수매체로 선택한 응답자는 70.3%였다. 2016년 조사 결과(55.5%)에 비해 14.8%포인트 늘었다. 반면 TV를 필수매체로 선택한 응답자는 27.1%에 그쳤다. 2016년에 비해 11.5%포인트 줄었다.

▶연령별로는 10대 중 TV를 필수매체로 선택한 비율은 0.1%에 불과했고, 20대와 30대 등 각각 4.5%와, 9.2% 등으로 10%를 밑돌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10대는 96.9%였다. 20대와 30대도 각각 92.2%, 85.1%로 집계됐다. 40대와 50대 중에서도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응답자는 각각 84.3%, 70.4%로 나타났다. TV 선호(12.6%, 29.1%)를 압도했다.

▶그랬던 라디오가 역주행하고 있다. TV에 자리를 내줬던 라디오가 다시 아날로그 감성으로 되살아 나고 있어서다. 반세기 전 초라했던 모습이 아니라 당당하게 말이다. 문명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그 주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스마트폰이 또 어떤 기기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다. 그때쯤이면 TV도 늠름하게 부활하지 않을까. 라디오처럼 말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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