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호계서원의 정상화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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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시인

‘한국 유학문화의 진흥’을 기치로 경북도와 안동시가 65억원을 들여 안동 도산의 국학진흥원 근처에 복설한 호계서원(虎溪書院)에서 지난해 9월에 사태가 발생한 이래, 아직도 해결의 기미가 없다.

여러 시비가 착종돼 대립하는 양측이 먼저 시도에 나서기 어려운 듯하고, 양측의 입장에 편차가 커 오해가 개입할 우려에 중재하려는 동향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방관과 외면의 분위기에 관심과 조소의 기운이 혼재된 모순의 시간이 길게 흐르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양측은 후유증에 충격이 컸고 문제 성찰에도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었지만 이제 국민들의 유감을 헤아리고 대안을 마련해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양측과 무관하며 호계서원의 위상과 역사성을 아끼고 21세기 유학 문물의 쇄신과 활용을 염원하면서 조속한 해결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없을 수 없다.

그들 사이에서 거론된 호계서원 정상화 방안을 이 자리에 소개해 양측뿐만 아니라 모든 관심 있는 분들의 참조와 검토에 부응하고자 한다.

첫째, 위패 배열. 1620년 방식으로 세 선생의 위패를 배치하고, 대산 이상정 선생의 위패도 위치를 변경해 존치한다. 즉, 제1열 중앙에 퇴계 이황 선생, 제2열 좌측에 서애 류성룡 선생, 같은 열 우측에 학봉 김성일 선생의 위패를 설정하고, 지난 병호시비(屛虎是非)에서 오랜 숙제였던 대산 선생의 위패를 제3열에 설치해, 사제관계를 보다 분별하면서 화합의 취지를 재차 구현한다.

둘째, 위패를 배치하는 사정과 관련 시비를 영구 종식한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화합의 고유제를 지낸다. 셋째, 서원 운영. 현재 운영위원회와 반대 측, 그리고 유학 학자들을 포함해 양측과 무관한 인사들이 같은 수로 참여하는 새 운영위원회를 구성한다. 넷째, 새 운영위원회는 즉각 한국의 가정과 사회윤리 개선에 기여할 ‘양사(養士)’ 방안과 관련 프로그램을 널리 여론을 경청해 모색하고 적극 실천한다.

이상 절충안은 특별하지도 새롭지도 않다. 해결을 촉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도출할 수 있고, 양측도 이후 성찰에서 내심 정리한 대책일 것이다. 사정이 없지 않았지만 서애 학봉 선생과 무관하게 후학들이 불화하다가 200여년 만에 화합 기회를 마련하고서 도리어 퇴계 선생까지 끌어들여 그 이전만도 못하게 한 희대의 이 아이러니. 더 시간을 끈다면 무책임한 방치이다. 빨리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크게는 다문화시대를 맞아 재정립과 분발이 요구되는 한국 유학문화 전체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악재가 될 것이고, 작게는 네 분 선현의 그 아름다운 관계와 학덕뿐만 아니라 호계서원의 기맥을 협동학교에 이어 신흥무관학교에 전수한 일제강점기 선열들의 푸른 기개와 의리를 훼손하는 무모한 아집으로 양측은 비판받을 것이다.

김승종 시인·전 연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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