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기원하는 고양이와 나비
황묘농접은 강세황이 극찬하고 정조가 총애한 조선 후기의 천재 화가 김홍도의 작품으로 그는 산수, 인물, 화조, 풍속 등 모든 장르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김홍도의 작품은 정교하고 세밀한 묘사를 보여주며 한국적 서정과 정감, 해학적 감성을 느끼게 한다.
황묘농접은 여름의 한가롭고 평화로운 정원에서 고양이가 나비와 노는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화면의 좌측에는 바위와 패랭이꽃이, 우측에는 고양이와 나비가 배치돼 있다. 작품의 중간에는 접힌 자국이 남아 있어 족자로 보관되고 있지만, 원래는 화첩에서 떨어져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좌측에는 피마준에 절대준을 갈필로 표현한 바위가 그려져 있다. 그 바위 틈에는 보라색과 자주색의 패랭이꽃이 특유의 원형 문양을 뽐내며 활짝 피어 있는 것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바닥의 푸른 풀에서 여름의 정취가 느껴진다.
화면의 우측에는 주황색 털을 가진 고양이와 검은 긴꼬리제비나비가 있는데 고양이의 털과 나비의 무늬가 매우 섬세하고 세밀하게 표현돼 있다. 고양이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고개를 돌려 나비를 바라보며 허리를 웅크리고 언제든 발을 뻗어 나비를 잡아보려는 듯한 자세로 있다. 나비는 고양이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꽃을 향해 팔랑거리며 날아들고 있다. 패랭이꽃과 덩치가 큰 긴꼬리제비나비를 통해 작품의 배경이 여름임을 짐작할 수 있다.
황묘농접은 장수를 축원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중국에서는 고양이와 일흔 노인을 칭하는 한자의 발음과 나비와 여든 노인을 칭하는 한자의 발음이 유사해 장수를 기원하는 것으로 자주 같이 그려졌다.
김홍도는 정조의 초상을 그리고 포상으로 발령 받은 연풍 현감 재임 기간 중에 황묘농접을 그렸다. 이는 화면 우측 상단에 ‘벼슬은 현감이고 호는 단원’이라는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고양이가 나비와 노는 모습이 그려진 이 작품에서 김홍도 작품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으며 현재도 많은 민화 작가들에게 그려지고 있는 작품이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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