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었다. 추석(秋夕)의 역사적 근원과 의미는 해석의 다름이 존재할 것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의 평범한 우리가 굳이 추석의 의미를 좋게 떠올린다면 ‘조상을 기리며 함께 모여 추수를 감사하며 행복을 누린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필자와 같이 변호사의 일을 하는 사람은 전문 분야와 상관없이 명절이 지나면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혼상담’을 받는 일이 생긴다. 그 빈도도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이혼 증가율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명절 이후에 이혼신청 건수가 많이 늘어난다는 기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추석의 좋은 의미가 그러함에도 왜 좋은 날을 보낸 후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하에서는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이므로 필자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그분들의 생각도 일리가 있다는 점에 대해 찬성한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첫째, 추석의 좋은 의미 중에서 우리가 너무 ‘조상’에 충성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최근 성균관에서도 ‘과한 차례상을 없애자’는 목소리를 내면서 차례상에 ‘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공식 발표를 하였다. 좀 더 빨리 했더라면 이혼율이 낮았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성균관의 발표는 ‘조상’에 대한 지나친 충성을 자제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둘째, 조상과 가장 촌수가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충성 또는 그러한 충성에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의 문제이다. 아무래도 조상과 가장 촌수가 가까운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제사이니 아랫 사람들이 그에 대항하는 것이 매우 불경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아랫사람들은 이제는 좀 그만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오죽하면 조상덕 보는 후손들은 명절 때 해외여행 다니는데, 조상덕도 없는 후손은 제사 때문에 명절마다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겠는가.
셋째, ‘감사와 행복’을 무시하다 못해 떠올리지도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추수에 대한 감사와 행복, 그리고 이러한 터전을 물려 주신 조상에 대한 감사로 차례를 지냄이 원래 추석의 의미일 텐데 선후가 완전 뒤바뀐 것 같다. 올 한 해 지금까지 우여곡절과 슬픔, 어려움이 많았지만 밥 굶지 않고 잘 살아낸 것에 대한 감사가 우선이라면, 더군다나 그러한 감사를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한다면 서로 격려와 사랑이 넘쳐날 것인데, 제사상에 어떤 음식이 올라가는지를 중요시 여기면서 옥신각신하고, 남의 자식 결혼 여부에 잔소리를 하며, 자신도 그럭저럭 받았던 성적을 왜 그리 아이들에게 묻는지 자신에게 다시 물어본다면 그래서 말을 줄인다면 장담컨대 이혼율은 낮아진다.
이혼율이 낮아지면 분위기상 결혼하려는 세대도 많아질 것이고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 걱정할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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