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는 경기도 정치인이다

안철수 의원이 당권 도전을 향해 기지개를 켰다. 본인의 정치 입문 10년을 회상하는 자리에서다. 그는 “제 앞에는 국민의힘을 개혁적인 중도 보수 정당으로 변화시켜서 총선 압승을 이끌고 대한민국을 개혁해서 정권을 재창출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위해 제 온 몸을 던지는 것이 제가 국민 앞에 약속한 헌신”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본다.

이날 특히 다가온 말이 있다. 수도권 정치의 현황과 이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부분이다. “우리는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역사적 참패를 당했다.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또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전원을 수도권에서 뽑았다. 수도권 전선 사수의 의지가 느껴진다. 우리도 수도권 전선을 승리로 이끌 경험 많은 야전사령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중 있게 강조한 말이다.

성남 분당갑에 3선 의원이다. 6월1일 보궐선거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텃밭과도 같은 곳이다. 전체 구도가 녹록한 것도 아니었다. 함께 치러진 지방 선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국민의힘은 경기도에서 졌다. 전국 이기고, 서울 이겼지만 경기도에서 졌다. 그 와중에 그는 유권자 선택을 받았다. 총 득표율 62%, 선거구 내 11개 동 모든 지역 1위라는 압도적 지지였다.

그럼에도 경기 이방인 취급 받는 게 현실이다. 정치적 고향은 부산으로, 출신 지역구는 서울로 분류한다. 고향이 부산이고 서울 지역구를 가졌었으니 분석은 맞다. 하지만, 오늘날의 그를 있게 한 기업은 경기도가 기반이다. 안랩은 창사 이래 성남을 지켜온 향토 기업이다. 정치 입문 직전 원장으로 보임했던 서울대융합기술원도 수원에 있다. 황당한 철새 정치인이 많다. 그와 다른 당당한 연고다.

경기도는 대통령 선거의 거대 표밭이다. 이 거대한 경기도 정치 지형은 완전히 기울어 있다. 민주당의 절대 우세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출신이 당 대표다. 당의 전면에 수도권 의원들이 포진했다. 국민의힘은 보수 영남권 색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참패, 지방 선거 참패로 경기도 보수는 질식 상태다. 2024 총선에 좋아지리라는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다. 그런 걱정이 안철수를 찾게 한다.

어제 원내대표 도전을 포기한 도내 의원 얘기가 돌았다. 그를 포기로 몰아간 현실이 바로 경기도 보수의 현실이다. 의도적으로 판을 바꿀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당에 많다. 그리고 그 방법 가운데 한 주장이 안철수 중심론이다. 잠룡 안철수를 경기도 대표로 끌어올리고, 그를 따라 경기도 보수도 무게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때 그가 말하는 ‘수도권 역할론’이라 더 울림이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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