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가 청년들의 전·월세 사기 피해를 계약 단계에서부터 피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MZ하우스’를 운영한다고 한다. 지자체가 청년들의 전세 사기 피해에 직접 대처하는 첫 사례다. MZ하우스는 연수구 관내에 문을 열고 있는 건실한 부동산중개소업소들 중에서 선정한다. 이들 업소를 통해 청년들이 위험 소지가 있는 부동산 물건들을 피하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에 따른 서민들의 피해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요즘이다.
깡통전세는 집주인이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의 합계가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경우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못하는 것은 물론, 경매로 넘어가면서 고스란히 떼이기도 한다. 국토부의 전국 전세가율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읍면동 1천369곳 중 319곳(23.5%)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는 깡통전세 위험지역이다. 전세가율이 70~80%인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보증금을 떼일 확률이 커진다. 빌라는 주로 서민, 청년층이 많이 거주한다. 그런데 수도권 빌라 4곳 중 1곳이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수도권 13개 동에선 빌라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해 있다. 인천 남동구 남촌동, 안산 상록구 사동, 서울 강서구 등촌동 등이 대표적이다. 빌라가 많은 인천 미추홀구 등은 진작에 경고등이 켜져 있는 상태다. 깡통전세가 늘어나자 사기꾼들까지 가세, 아예 서류를 위조해 집을 팔아넘기는 등의 전세사기도 빈발하고 있다. 전세사기는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청년·신혼부부 등 취약계층에 피해가 쏠린다. 전세금이 재산의 전부인 이들이 사기를 당하게 되면 주거 사다리는커녕 사회 정착에 대한 희망조차 박탈당할까 걱정이다. 길을 잃은 주택정책의 폭주 끝에 애꿎은 청년들이 신음하고 있다.
연수구는 지난 2월부터 청년들의 안전한 전·월세 계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이를 위해 공인중개사 단체 등과 2차례 간담회도 가졌다. 연수구의 인증 표시를 내건 MZ하우스에서는 처음부터 깡통전세급의 부동산을 취급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부득이하게 거래해야 할 경우, 선순위 권리관계 및 위험성을 자세히 안내한다. 생각 같아서는 법무·세무 전문가들로 ‘연수구 안심 전세계약 자문단’도 꾸렸으면 싶기도 하다. 정부도 내년 초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좀 미흡하다 해도 연수구의 MZ하우스는 고무적이다. 이 시대 청년들의 아픔에 다가가려는 목민(牧民)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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