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임 배추에 양념...취향 따라 소량으로 손쉽게 끝내
치솟는 물가 따라 문화도 변한다…김장 ‘新풍속’
추석이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지며 겨우내 먹을 김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야채 가격은 여전히 떨어질 줄 모른다.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소비자들의 김장 문화도 밀키트 등 새로운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김장 밀키트는 절임배추와 양념으로 구성이 간단하다. 이미 소금에 절여진 배추에 양념만 발라서 숙성시키면 손쉽게 김장이 끝난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대량의 김치를 담갔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소량으로 간단하게 각자의 취향에 맞는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즘’ 방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23일 찾아간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마트. 마트 앞 농산물 직거래 코너엔 배추, 양파, 대파 등 다양한 상품이 준비돼 있었다. 직거래다 보니 다른 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추 1통에 1만3천900원, 햇양파는 1망(15kg)이 2만6천900원 등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었다. 팔달구에 위치한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무 1개에 3천290원, 알배기 배추는 1통에 5천원을 웃돌았고, 이를 둘러보던 손님들이 가격표를 보고 놀란 채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이 반복됐다.
야채코너에서 배추를 고르고 있던 김진애씨(54)는 “김치를 조금만 담가먹으려고 배추를 사러 나왔는데 할인가라고 써있는데도 너무 비싸다”며 “주변에 김장 키트로 김치 담그는 집이 늘었는데 이참에 저도 키트로 김장을 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고랭지 배추의 평균 도매가격이 10kg당 3만4천80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1만4천900원)과 비교했을 때 128.7% 증가한 수준이다. 햇양파의 경우 지난 4월19일 기준 평균 도매가격이 15kg당 1만2천28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119% 올랐다.
이처럼 농산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올해 김장철에는 전통적인 방식의 김장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편리한 방식의 김장 밀키트 등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필요한 재료를 각각 구매하자니 가격이 부담스러운데다, 쉽고 빠르게 내 입에 맞는 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와 관련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재료를 일일이 사서 씻고 손질하고 절이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김장을 했다. 그런데 요새는 가구 규모가 줄면서 대량으로 김치를 담글 필요가 없어졌다”며 “먹고 싶을 때 소량으로 먹을 만큼만, 그러면서도 고유의 손맛을 가져가고 싶은 사람들이 밀키트로 김치를 담가 먹는 등 김장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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