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평화를 위한 시작’…DMZ 평화예술제 파주 임진각서 개막

임진각 평화누리 일대에 설치된 패트릭 션(Patrick Shearn) 작가의 ‘비전 인 모션(VISIONS IN MOTION)’. 김보람기자

‘DMZ’는 분단의 상징으로 여겨져 무겁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동반한다. 이 같은 DMZ를 갈등과 대립의 이미지보다 ‘공존’의 가능성을 품은 곳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전시가 진행중이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주관해 다음달 30일까지 이어지는 ‘DMZ 평화예술제-DMZ 아트프로젝트’다. 아트프로젝트는 DMZ의 과거·현재·미래를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체험형 전시로 구성됐다.

총 16개 팀, 32명의 국내외 작가가 각각 조각, 설치, 영상·미디어, 건축물 등으로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평화누리 야외공연장 한 편에 있는 미국 작가 패트릭 션(Patrick Shearn)의 ‘비전 인 모션(VISIONS IN MOTION)’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는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을 기념해 독일에 설치됐던 예술작품으로, 관람객이 평화의 메시지를 리본에 적어 매다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색색의 수많은 리본이 나부껴 멀리에서 보면 마치 거대한 벽으로 보이는 이 작품은 분쟁, 갈등 지역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나라에 이어 팔레스타인·우크라이나 등에서도 전시될 계획이다.

임진각에 설치된 하태범 작가의 ‘헤드라인’. 경기문화재단 제공

임진각 건물로 들어서면 하태범 작가의 ‘헤드라인’을 볼 수 있다. 테러, 사망, 난민 등 국내외 뉴스의 부정적 헤드라인을 흰색 벽에 흰색 활자로 새겨넣었다. 조영주 작가의 ‘DMZ: 비무장 여신들’은 실제 비무장지대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DMZ 곳곳에서 춤을 추는 영상 작품이다. 분단의 장소가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권아람의 ‘Walls’, 우주+림희영의 ‘늑대의 침묵_비밀 지키는 기계’, 전준호의 ‘하이퍼리얼리즘(형제의 상)’ 등 DMZ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전시장 곳곳에 있는 5개 게이트에서는 크리스티안 스톰(Christian Storm)+정크하우스의 ‘통일을 기념하는 날이 오기를’ 등 다양한 그래피티 작품의 설치 과정을 관람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임진각 평화누리 일대에 설치된 크리스티안 스톰(Christian Storm)+정크하우스 작가의 ‘통일을 기념하는 날이 오기를’. 경기문화재단 제공

DMZ 평화예술제는 ‘더 큰 평화를 위한 시작’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DMZ 콘서트’, ‘DMZ 아트프로젝트’, ‘찾아가는 DMZ’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선보인다. 평화예술제의 시작을 알리는 24일 개막공연은 런던 로열 필하모닉 종신 수석 부지휘자인 그레고리 노박, 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인 안나 페도로바, 작곡가 류재준, 경기필하모닉 등이 류재준의 ‘2022’,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등의 곡으로 성대하게 문을 연다. 오는 25일, 30일과 다음달 1일, 다음달 2일에는 10cm·데이브레이크·곽푸른하늘·너드커넥션 등이 피크닉콘서트에 참여해 평화를 주제로 노래할 계획이다.

홍철욱 Let's DMZ 사무국장은 “DMZ 평화예술제가 올해로 4년차를 맞았지만 그동안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올해 제대로 된 대면행사를 한다”며 “이번 평화예술제를 통해 관객들이 전쟁으로부터의 평화를 넘어 세대간 갈등, 기후 변화, 환경 위협 등 다양한 문제로부터의 평화의 의미를 생각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임진각 평화누리 일대에 설치된 JINSBH+구헌주 작가의 ‘평화의 계단’. 경기문화재단 제공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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